[정책발언대] ‘인터넷전문은행’다운 ‘인터넷전문은행’을 기대한다

입력 2018-10-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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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법무법인 콤파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법무법인 콤파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법무법인 콤파스)
법안 처리에 큰 진통을 겪었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9월 20일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5년 미국의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를 시작으로 2000년께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많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됐다.

우리나라는 2001년 SK텔레콤, 롯데, 안철수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으나 은산분리 규제와 금융실명제에 따른 제약, 대기업 중심의 추진 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무산된 바 있다. 2015년 11월 말이 돼서야 한국카카오은행(가칭)과 케이뱅크은행(가칭)이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아 시작하게 됐으며 지난달 20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기존 금융사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입출금 등 은행 관련 업무를 보는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등이 가능한 상황인데도 별도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Fintech)라고 불리는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금융 서비스 및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알리바바와 구글 등 일부 혁신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핀테크 기업의 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 침체와 소득 양극화가 장기화함에 따라 저소득층 비중은 증가한 반면 저소득·저신용계층 등 소외된 금융 소비자를 위한 금융상품이 부족해 금리 양극화가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 금융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고 서민·소상공인 등에 대한 금리단층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IT기업을 비롯한 혁신성 있는 경영 주체의 금융 산업 진입을 활성화해 IT·금융 융합 및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 거래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어막인 대면 거래 원칙을 폐지하고, 은산분리 완화로 자본 확충을 원활하게 하는 등의 특혜 속에서 출범했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예비인가 당시에 ICT 기업이 참여했다는 것 외에 핀테크 기술 개발에 따른 서비스나 빅데이터를 이용한 중금리 대출 상품 개발 등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예대 마진에 의존하는 기존 은행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시민단체와 일부 여당 의원들은 대기업을 위한 ‘대기업 은행’이 탄생할 것이라며 은산분리 원칙의 완화를 반대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살펴보면 과연 대기업 은행이 탄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대기업 대출이 제한된 이상 시민단체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부와 야당이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한 금융 혁신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은산분리 완화 반대’를 이유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반대하다가 갑자기 찬성으로 기조를 바꾼 여당,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에 특별한 의견이 없어 보이는 야당, 무늬만 인터넷전문은행인 현재의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반대 구호만을 외치는 시민단체, 이는 우리가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든 국민을 위한 금융 시장의 재편과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시작점이다. 이제부터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통해 한국 금융 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가를 논의해야 하고, 발전 가능한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한국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은 무엇인지 △어떠한 기업이 이를 개발하고 있는지 △정부는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검토·확인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국회 통과는 신(新)금융 산업의 시작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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