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제품전략을 수정했다. 그동안 소폭 변화에 그쳤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의 개선 범위를 크게 확대해 신차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 시장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제품 교체주기인 ‘라이프사이클’을 단축해 판매 향상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들어 주력 모델을 중심으로 과거의 제품전략을 벗어나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부분변경 모델은 앞뒤 모습을 살짝 개선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올들어 선보인 부분변경 모델들은 신차급의 변화를 담고 있다는 게 큰 특징이다.
이같은 시도는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대부분이 7년마다 새 모델을 내놓는다. 이른바 ‘풀모델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인데 흔히 △1세대와 △2세대 등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일본과 독일차 역시 이같은 시스템에 맞춰 제품 전략을 짜고 있다. 물론 현대차 역시 중형 SUV와 준대형차 일부는 이런 주기를 따르고 있다.
반면 경쟁이 치열한 준중형차는 최신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5년마다 신차를 내놓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일본 준중형차와 경쟁에서 앞서고 있는 이유는 이런 신차효과 덕이다.
◇신차급으로 거듭난 아반떼AD와 투싼 부분변경 = 실제로 현대차는 5년마다 아반떼 새 모델을 내놓고 있다. 아반떼의 전신인 △엘란트라는 1990년에 처음으로 데뷔했고, 이후 △1995년 1세대 아반떼(J1) △2000년 아반떼XD △2005년 아반떼HD △2010년 아반떼MD △2015년 아반떼AD 등 5년마다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제품 전략 덕이다.
5년 주기의 중간 쯤에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앞뒤 모습을 조금만 바꾸면서 시장에 대응하는 셈. 그러나 최근 현대차가 출시하는 부분변경 모델은 신차급의 커다란 변화를 담고 있다.
디자인이 크게 개선되면서 판매 역시 그에 걸맞게 상승 중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월평균 5000대에 머물렀던 아반떼AD 판매는 부분변경 모델 출시 이후 단박에 7300대(10월) 수준으로 상승했다. 앞뒤 모습을 화끈하게 바꾸면서 신차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파워트레인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인테리어 역시 이전과 다를 게 없지만 바뀐 디자인 효과가 판매로 이어진 셈이다.
그보다 앞서 등장한 투싼은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 맞춰 엔진과 변속기, 인테리어 등을 완전히 바꿨다. 지난 8월 등장한 투싼 부분변경 모델의 실내는 대시보드 내장형이었던 이른바 ‘인-대쉬 모니터’를 바깥으로 꺼내 최근 유행하는 ‘아웃-대쉬’ 타입으로 바꿨다. 차 안에만 앉아보면 전혀 다른 차로 여겨질 만큼 변화의 폭이 큰 편이다.
나아가 파워트레인 역시 신차급의 변화를 가져왔다.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2.0 R엔진에 맞물린 6단 변속기는 8단으로 바꿔 달았다. 주행성능은 물론 연비를 끌어 올리는데 한 몫을 했다. 이밖에 1.7리터급 U2엔진은 사라졌고 스마트스트림 1.6 디젤 엔진을 새로 추가하는 등 파워트레인 만큼은 신차급으로 변신했다.
◇EQ900 후속 제네시스 G90도 화끈하게 변신 = 오는 27일 공식 출시를 앞두고 본격적인 사전계약을 준비 중인 제네시스 플래그십 G90 역시 마찬가지다. 새 모델은 제네시스 라인업의 꼭짓점인 EQ900의 후속이자 약 3년 만에 등장하는 부분변경 모델이다.
먼저 차 이름이 수출명과 통합되면서 G90으로 바뀌었다. 겉모습 역시 이전과 전혀 다른 새 차로 느껴질 만큼 디자인 변화가 크다. 다음 세대 제네시스의 디자인 방향성을 담은 G90은 현행 EQ900의 앞 범퍼와 좌우 펜더, 보닛 등을 갈아치웠고, 뒷모습 역시 현행 모델과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차 이름과 디자인이 바뀌면서 시장에서 신차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제네시스 측은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리프트 때 많은 개선이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라이프사이클의 단축을 의미한다”며 “현대기아차가 2010년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배경 가운데 하나가 발빠른 제품 교체였는데 다시금 새로운 전략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