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오렌지라이프 인수 절차 마무리 단계를 앞두고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라는 쉽지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뿐만 아니라 주력 자회사인 은행 CEO까지 법적 분쟁의 정점에 서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 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는 금융당국의 고민 또한 깊어지게 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번주 중 오렌지라이프 자회사 편입 인가 서류를 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이 지난 9월 5일 오렌지라이프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지 2개월 만이다. 오렌지라이프 자회사 편입 승인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한금융은 지배구조법 31조의 지주회사 예외규정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 17조에 따라 자회사 편입 승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당국은 금융지주회사 및 자회사 등의 재무상태와 경영관리 상태가 건전한 지 파악하기 위해 사업 계획을 심사한다.
19일 첫 공판을 앞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 이어 위성호 신한은행장 검찰 소환 등 현직 수뇌부의 법적 공방은 당국의 심사 고려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CEO의 불투명한 거취가 경영 불안정으로 이어져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당국이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승인 심사를 한차례 중단한 데는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은 박인규 전 회장과 사건에 연루된 임원진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경영 안정성이 흔들렸다고 판단한 영향이 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CEO 부재로 인한 경영전략 표류, 경영상태 악화 등의 상태가 아니기에 예단은 이르다”면서도 “회장뿐만 아니라 행장까지 송사에 휘말린 현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러 갈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한금융의 속내는 복잡하다.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회장은 재판을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의 채용비리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신한카드와 신한생명은 수사를 앞두고 있다. 또한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14일 남산 3억 원 사건과 관련해 재수사 촉구를 권고함에 따라 위성호 행장(당시 신한지주 부사장)의 검찰 소환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위 행장의 위증혐의와 위증교사 혐의를 수사중이다.
신한금융 고위관계자는 “그(수뇌부 법적공방) 건은 별개의 사안으로 알고 있다”며 “상황이 복잡하지만 자회사 편입 승인 관련 서류를 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 심사는 신청 접수 후 60일 간 진행된다. 하지만 당국이 심사 중단이나 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 신한금융은 2월에 만료되는 SPA 계약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앞선 신한금융 관계자는 “SPA 계약 기간은 연장할 수도 있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DGB금융의 경우 지난해 12월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인가 서류를 제출했으나, 박 전 회장이 사퇴하고 김태오 회장이 지배구조안을 제시한 뒤인 10개월이 지난 후에 심사가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DGB금융은 3월 SPA 계약이 만료되자 9월 말까지 한차례 기간을 연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