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지금까지 전 세계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약 5조 달러(약 5628조 원)가 증발했으며 이는 10년 만에 가장 큰 위축이라고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전 세계 주요 증시를 종합한 FTSE올월드인덱스는 올해 5% 하락해 시가총액이 3조6000억 달러 이상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 지수에 속한 3208개 종목 가운데 500개 이상이 올해 주가가 최소 30% 이상 하락했으며 1000여 개는 20%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상승한 종목은 전체의 3분의 1이 안 됐다.
한편 글로벌 채권시장 벤치마크인 블룸버그바클레이스멀티버스인덱스의 시총은 1조3400억 달러 축소했다.
증시와 채권시장이 동반 하락하는 것은 드문 현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전 세계 증시 시총은 무려 18조 달러 이상 증발했지만 채권시장은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고공행진을 펼쳤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경제가 호황일 때 채권은 불황기에 오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중앙은행들의 긴축 움직임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세계 중앙은행들이 그동안 펼쳤던 경기부양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연준이 금리인상 행보를 이어가면서 미국 채권 금리가 급등, 전 세계 채권시장도 가격 하락 압박을 받았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의 3개월 만기 국채 금리는 이번 주 2.37%로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증시는 연초 견실한 세계 경제회복과 기업 실적 호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감세 등으로 상승했으나 최근 수개월간 미국 금리 상승과 미·중 무역 전쟁, 글로벌 경기둔화 불안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비나이 판데 UBS자산운용 트레이딩 전략 부문 글로벌 대표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가면서 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