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안정을 절묘하게 맞췄다.”
LG그룹의 이번 인사를 두고 재계가 내놓은 평가다. 구광모 LG 회장은 선임된 지 보름 만에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로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 LG화학 창립 이후 처음으로 신임 대표에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 이런 변화 기조 속에 교체설이 조심스럽게 나오던 LG 계열사 부회장 5인은 모두 유임됐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지주사를 대폭 강화한 점이다. 이는 그동안의 LG 전통을 깬 것이다. LG는 계열사 위주의 분권적 조직을 선호해왔다. 부문별 계열사를 맡은 부회장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반면 지주는 이를 단순히 조정하는 역할에 그쳤다.
이는 그동안 옛 미래전략실 중심의 삼성과 SK 등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주사에 권영수 부회장을 앉힌 데 이어 구 회장이 직접 스카우트한 외부 인력을 대거 수혈했다. 구 회장은 홍범식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지주사 경영전략 담당 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전장과 신소재 등 신성장 사업에는 외부 인재 수혈로, 디스플레이와 가전 등 기존 사업은 LG 전통 인사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균형을 맞췄다. 외부 인재 수혈의 대표적인 사례는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3M의 신학철 수석 부회장이다. 신 부회장은 1984년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 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3M의 해외사업을 이끌며 수석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LG가 새롭게 밀고 있는 전장사업 분야도 외부 인재 수혈에 적극적이다. LG는 한국타이어 연구개발 본부장인 김형남 부사장을 자동차부품 팀장으로 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를 거쳐, 한국타이어 글로벌 구매부문장과 연구개발본부장을 맡는 등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LG가 육성하고 있는 자동차부품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전개하고, 계열사 간 자동차부품사업의 시너지를 높이는 지원역할을 하게 된다.
또 은석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상무는 VS(전장부품)사업본부 전무로 영입됐다. 은 전무는 17년간 보쉬 독일 본사 및 한국, 일본 지사에서 기술 영업마케팅 업무를 수행했다.
LG는 외부 인재 영입과 동시에 큰 관심을 불러 모았던 권영수, 한상범, 차석용, 조성진, 하현회 부회장 5인은 모두 유임시켰다. 지주사를 강화한다는 분명한 시그널을 줬기 때문에 굳이 계열사 부회장을 교체할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번 총 승진자 185명 중 유일한 사장 승진자인 김종현 LG화학 부사장은 사장으로 한 계단 올라 새롭게 LG에 발을 담근 신학철 부회장과 호흡을 맞춘다. 김 부사장은 LG화학 경영전략담당, 소형전지사업부장,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등을 거쳐 2018년부터 전지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LG 부품사업의 핵심회사로 꼽히는 LG이노텍에는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을 맡은 정철동 사장이 CEO로 신규 선임 됐다.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 최고생산책임자(CPO)와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소재부품 전문경영인으로서 역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LG유플러스는 5G 시대를 맞이해 신규사업, 상품 및 서비스, 네트워크 분야를 이끌 젊고 역량 있는 40대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 상무로 신규 선임된 인물만 9명에 달한다. LG유플러스는 40대 젊은 인재를 핵심 사업 임원으로 대거 발탁해 사업의 역동성을 높일 방침이다.
LG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신규 임원인 상무 134명을 대거 발탁했다. 이는 2004년 완료된 GS 등과의 계열분리 이후 역대 최고 규모의 상무 승진자다. LG그룹 인사팀장은 이명관 부사장이 맡는다. 이명관 인사팀장은 지난 7월 초 새로 임명됐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 김동수 대표도 주목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 구광모 회장이 이 회사를 통해 투자를 단행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