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광고로 보는 경제] 20년 전에 등장한 '접었다 펴는' 삼성 휴대폰

입력 2018-11-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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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1월 모 일간지에 실린 삼성전자 두 번째 상용 2G폰, ‘SCH-200F’의 광고.
▲1996년 11월 모 일간지에 실린 삼성전자 두 번째 상용 2G폰, ‘SCH-200F’의 광고.

1996년 11월 초 어느 일간지 광고.

애니콜 디지털 ‘플립형’ 탄생!

플립(flip)이란 ‘뒤집다’, ‘젖히다’라는 의미. 그렇다. 삼성전자는 1996년에 접었다 펴는 휴대전화를 개발해낸 것이다.

다만 이때 접었다 편다는 건 휴대전화의 버튼이 눌리지 않도록 버튼 부분을 보호해 주는 ‘뚜껑을 접었다 편다’는 의미였다. 고작 ‘뚜껑’ 접었다 펴는 휴대전화를 만든 지 22년 후, 마침내 삼성전자는 ‘화면이 접히는’ 제품을 개발해 내고야 만다.

▲디스플레이엔 번호 10글자 남짓 적을 수 있고, 뚜껑 하나 접히는 것이 자랑이었던 핸드폰(사진 왼쪽)을 만들어 낸지 22년. 삼성전자는 마침내 화면이 접히는 핸드폰을 개발해(오른쪽) IT 기술의 신기원을 열게 된다. (우측 사진 출처=연합뉴스)
▲디스플레이엔 번호 10글자 남짓 적을 수 있고, 뚜껑 하나 접히는 것이 자랑이었던 핸드폰(사진 왼쪽)을 만들어 낸지 22년. 삼성전자는 마침내 화면이 접히는 핸드폰을 개발해(오른쪽) IT 기술의 신기원을 열게 된다. (우측 사진 출처=연합뉴스)

▲1996년 삼성전자가 혼을 담아 만들었던 핸드폰에 장착된 첨단 기능. ‘어디서나 통화가 또렷’, ‘세계유일 디지털 진동기능’, ‘알람기능’, ‘9가지 벨소리 선택기능’, ‘자기번호 송출기능’ 등이 눈에 띈다.
▲1996년 삼성전자가 혼을 담아 만들었던 핸드폰에 장착된 첨단 기능. ‘어디서나 통화가 또렷’, ‘세계유일 디지털 진동기능’, ‘알람기능’, ‘9가지 벨소리 선택기능’, ‘자기번호 송출기능’ 등이 눈에 띈다.

◇당대 최첨단 하이테크 기기의 기능

1983년 인류 최초의 휴대전화를 모토로라에서 출시한다.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의 양강구도지만, 이 당시의 휴대전화 시장은 모토로라가 ‘퍼스트무버(First mover·선구자)’이자 '원톱'이었다.

삼성전자는 1998년 자사 최초의 디지털 휴대전화인 ‘SCH-100’을 선보이며 이 시장에 진입한다. 위 광고에서 소개된 'SCH-200'은 그 후속작이다.

우선 플립형이라는 단어가 강조돼 있는데서 알 수 있듯 번호판을 덮는 뚜껑이 생겼다는 점이 전 모델에 비해 가장 달라진 포인트다.

진동 기능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들어갔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현재 어느 회사의 어떤 휴대전화에도 반드시 들어가는 기능이자, 빠져서는 절대로 안 될 기능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기념비적인 의미를 지닌 상품이다.

이밖에도 △알람 기능 △9가지 벨소리 선택 기능 △국제 시각 표시 기능 △자기번호 송출 기능 △인사말 변경 기능 등이 내장되어 있다.

이제는 누구나 갖고 있는 ‘삼성 갤럭시’에도 진동으로 마그네틱 결제를 해주는 삼성페이가 장착 돼 있고, 옛날엔 ‘미션 임파서블’ 같은 영화에서나 보던 홍채 인식으로 휴대전화 잠금이 풀리는 지금에 와서 다시 보면 우습고 귀여운 구석이 있다. 하지만 이 땐 저런 소소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당대 최첨단의 하이테크놀로지 기술을 모두 집대성해야만 했다.

▲삼성 애니콜의 초기 ‘한국지형에 강하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미국과 달리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에서도 전화가 잘 터지게 만들었다는 특장점을 내세운 것이다. 애초에 ‘애니콜’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어디서나 전화가 잘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삼성 애니콜의 초기 ‘한국지형에 강하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미국과 달리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에서도 전화가 잘 터지게 만들었다는 특장점을 내세운 것이다. 애초에 ‘애니콜’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어디서나 전화가 잘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전화만 잘 터져도 최고의 휴대전화

지금의 휴대전화는 연산 속도, 디자인, 디스플레이의 화질, 카메라 등이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초창기 휴대전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화가 되냐, 안 되냐’ 하는 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때의 휴대전화는 ‘전화’ 외에는 아무 기능도 없는 물건이었다. SMS 문자 송·수신은 이 모델이 출시된 1년 뒤인 1997년 개발됐고, 실제 상용화는 이보다도 2년 뒤인 1999년에서야 이뤄진다.

더군다나 무선 전화라는 개념이 도입된지 얼마 안되던 시기라 휴대전화에 따라, 통신사에 따라, 지역에 따라 통화의 품질도 천차만별이었다. 세계 1위 모토로라보다 최소한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삼성의 애니콜이 더 잘 터질 것이란 마케팅 포인트가 ‘한국지형에 강하다!’라는 문구에 함축돼 있다.

통신사들 간의 품질 경쟁도 마찬가지였다. 011을 사용하던 SK텔레콤, 016의 KTF(현 KT), 017의 신세기통신(SKT 합병), 018의 한솔PCS(KT 합병), 019의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은 각각 자사 통화 품질의 우수성을 내세운 광고 경쟁이 치열했다.

▲이 광고는 1997년 11월 경에 게재됐다. 즉 이 광고 게재 몇일 전까지만 해도 광역시인 광주와 대구 지역에서는 당시 업계 2위였던 신세기통신의 무선전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광고는 1997년 11월 경에 게재됐다. 즉 이 광고 게재 몇일 전까지만 해도 광역시인 광주와 대구 지역에서는 당시 업계 2위였던 신세기통신의 무선전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광고 우측 상단에는 이 당시 SK텔레콤에 이어 2인자의 자리에 있었던 017 신세기통신이 자사의 서비스를 통해 삼성 휴대전화를 사용하라고 광고하고 있다. 광고에서는 광주나 대구같은 지방 광역시도 광고 게재일 몇 일 전에나 통화 서비스가 개시됐다고 하니, 웬만큼 도심권을 벗어난 벽지에서의 통화는 불가능했다고 봐도 되겠다.

1996년 12월의 한 기사에 따르면 광고의 주인공인 'SCH-200F'는 출시되고 나서, 그 바로 전 모델인 'SCH-100'과 함께 해외에 수출됐다고 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2G폰 중 최초 수출로, 각각 2만 대씩 총 2000만달러를 홍콩에 수출했다.

2018년, 현재의 삼성전자는 모토로라, 노키아와 같은 일세의 강호들이 스러져가는 난세를 이겨내고, 애플을 판매대수 기준으로 누르고 마침내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접었다 펴는 ‘뚜껑’ 하나가 세일즈 포인트였던 휴대전화를 홍콩에 처음 수출한 게 자랑이었던지 22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 '전설의 시작'이라 칭하기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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