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 90일간 무역 전쟁을 휴전하기로 합의했지만 경기둔화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그 여파가 대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아시아 전역에 이르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11월 초순까지 열린 중국 최대 무역 박람회 캔톤페어는 올해 해외 바이어들이 약 19만 명으로, 예년의 20만 명 정도에서 감소했다. 계약이 결정된 대미국 수출액은 28억 달러(약 3조1119억 원)로 전년보다 30% 줄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중국 제품에 잇따라 제재 관세를 발동한 영향으로 중국에서 제조업 생산이 주춤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기업 경영이 악화해 소비에 그늘이 드리우는 연쇄반응이 일어났다. 그 결과 10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5.6% 증가에 그쳐 사실상 역대 가장 둔화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싱가포르의 9월 대중국 수출액이 전년보다 17.8%, 태국이 15.0% 각각 급감하고 필리핀이 5.7%, 말레이시아가 0.6% 각각 줄어드는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주요국 수출도 일제히 감소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일시적으로 휴전했지만 미국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배경으로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은 자금유출 위험에 직면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면 신흥국에서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에 필적하는 1000억 달러의 자금유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뉴욕증시가 요동쳤던 지난 10월 신흥국 증시에서 171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는데 이는 5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분석했다.
이미 신흥국들은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자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집계에 따르면 신흥국 21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평균 상승률은 지난 9월에 14.7%(전년 동월 대비)로, 약 2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자국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경제 전반의 고통이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도 이미 고점에서 빠지고 있어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은 이런 역풍에 직면하면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부채를 감축하고 철강 공급과잉을 해소해야 하는 등 경제구조 수정도 시급해 재정적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다.
미국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내주면서 정책을 원만하게 펼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펼쳤던 감세효과도 떨어져가고 있다.
일본도 중국 경기둔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19%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