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회장이 이끄는 두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4일 재무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자회사 두산밥캣 지분 430만주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했으며, 이를 통해 1524억 원을 확보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서 비슷한 규모인 400만주를 1348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2016년, 오너 4세 경영 시대의 첫 주자로 나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었다. 그는 취임 이후 약 3년 간 계열사 및 사업부문 매각, 지분 조정, 인력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재무개선 작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주)두산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 재가입이라는 성과를 보였으며 올해도 1조 원 달성이 예상되고 있다. 주력계열사들 역시 실적이 개선됐다. 박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5년만 해도 주력 계열사들의 손실 규모가 2조에 육박했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들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7061억 원, 두산중공업은 8785억 원을 기록했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시장 별 걸림돌 요인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개열사별로 여전히 높은 부채비율은 풀어야 할 과제다.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두산중공업도 아직은 부채비율이 270%로 상당히 높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그동안 효자 노릇을 해왔던 원자력 발전소 수주에 제동이 걸려 수익성에 타격을 입은 결과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두산중공업의 수주는 회복되고 있다. 1조6000억 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자와 화력발전소 수주가 연내 확정될 경우 수주잔고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무개선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두산밥캣이다. 차입금의 꾸준한 상환으로 순차입금은 6.5억달러까지 감소했으며 부채비율도 3분기 기준 75%로 낮아졌다. 미국, EU 의 건설경기 호조 속에 주력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는 등 안정적인 실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정원 회장은 연료전지 등 신사업에 집중하며 또 다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연료전지 사업은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 경협이 구체화될 경우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철도, 도로, 건물 등 모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기계장비 투입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재무 부서가 강한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만큼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