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언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어중간한 태도로 한 해를 마무리할 게 아니라, 어지간한 일들은 잊고, 용서하고, 털어냄으로써 확실하게 한 해를 정리하고 산뜻하게 새해를 맞아야 할 것이다.
어언간, 어중간, 어지간, 이 세 단어는 순우리말 같지만 실은 다 한자어이다. 세 단어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어’는 ‘於’라고 쓰며 ‘어조사 어’라고 훈독한다. ‘어조사’란 실질적인 뜻이 없이 다른 글자를 보조해 주는 한자를 말한다.
세 단어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또 한 글자인 ‘간’은 ‘間’이라고 쓰며 ‘사이 간’이라고 훈독한다. 어언간은 ‘於焉間’이라고 쓰는데 ‘焉’은 ‘어찌 언’이라고 훈독한다. 따라서 於焉間은 ‘어찌어찌하는 사이에’라는 뜻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찌어찌하다 보니 어느덧 흘러가 버린 세월을 일러 ‘於焉間’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중간은 ‘於中間’이라고 쓰며 글자 그대로 ‘중간에 있다’는 뜻이다.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일러 어중간하다고 하는 것이다. ‘어지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魚池間’으로서 ‘물고기[魚]와 못[池] 사이’라는 뜻이다. 고려 말에 충주에 어씨(魚氏) 형제가 살았는데 동생이 분파하여 새로운 성을 가지면서 자신의 근본이 어씨(魚氏)임을 잊지 않게 위해 물고기의 고향인 ‘못(池)’을 생각하며 ‘지씨(池氏)’를 취했다고 한다. 이로부터 魚氏와 池氏 사이처럼 관계가 “보통에 가깝거나 그보다 약간 더한 상태”를 일러 魚池間하다고 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다음은 ‘於之間’이라고 쓴다는 설인데 ‘於’는 ‘…에’라는 뜻이고, ‘之’는 대명사로서 ‘이(This)’의 뜻이며, ‘間’은 ‘사이’라는 뜻이니 ‘於之間’은 ‘이 사이’, 즉 ‘그만그만한 사이에 있는’ 상태를 이르는 말로서 “어떤 표준에 거의 가깝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어언간 가는 세월, 어중간하게 보내지 말고 어지간하면 용서하는 마음으로 보내는 게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