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G 사업 현장점검에 이어 반도체 사업전략을 논의하며 새해부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시무식과 신년사 대신 현장 경영으로 계열사 전체에 긴장을 불어넣으며,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듬해인 2015년부터는 그룹 차원의 신년 하례식을 하지 않고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열린 삼성전자 시무식도 3명의 대표이사 가운데 선임인 김기남 부회장이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4일 오전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찾아 DS부문 및 디스플레이 경영진과 간담회를 하고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함께 전장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반도체 시장을 창조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3일 새해 첫 행보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기준 글로벌 네트워크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9%로 화웨이(31.2%)ㆍ에릭손(29.8%)ㆍ노키아(23.9%)에 이어 4위다. 1분기 5.5%, 지난해 3.9%에서 두 배 이상 뛰었지만 아직은 선두권과 격차가 크다.
5G는 삼성이 지난 8월 발표한 4대 신사업 가운데 하나이고, 반도체는 삼성전자에 최대 실적을 안겨 준 주력사업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차세대 5G 사업 성공을 위해 임직원을 격려하는 한편, ‘슈퍼호황’이 꺾인 반도체 산업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새해 행보는 미래 먹거리와 현재 주력사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삼성이 5G와 반도체를 주도하겠다는 의지와 메시지를 대내외에 선포하면서 공격적인 사업에 나서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