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연내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 지난해 수차례 중간지주사 전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박 사장이 시점을 못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사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하이닉스 지분 10%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1년 전 CES 2018, 지난해 하반기 제주도에서 열린 IR 행사,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등 수차례 중간지주사 전환 추진 계획을 밝혔지만, SK하이닉스 지분 확보 문제 등의 이유로 전환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다.
박 사장은 이날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하이닉스 추가 지분을 얼마나 확보할지, 지분 확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관한 것”이라며 “현재 20%인 하이닉스 지분을 30%까지 늘리겠다. 하이닉스 주가를 보면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사로 전환하는 대기업은 자회사 지분율을 20.07%에서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지분 30%를 확보하면 대주주로서의 위치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지분 10%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약 5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간지주회사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은 SK텔레콤을 SK하이닉스의 모회사로 두고 기업 정체성을 ICT융복합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SK하이닉스는 SK(주)의 손자회사로 공정거래법상 인수·합병(M&A) 투자에 제한을 받고 있다. 현재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M&A를 하려면 피인수 기업 지분 100%를 소유해야 한다.
SK텔레콤이 SK(주)와 SK하이닉스 사이의 중간지주사가 된다면 이런 걸림돌은 사라진다. 더불어 SK텔레콤을 투자 지주사와 통신사로 분할하면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등을 투자 지주사에 둘 수 있게 된다. SK그룹은 그룹 내 ICT 기업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