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징둥상청(京東商城) 등 중국 내 주요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에서 아이폰 가격은 11일부터 종전보다 10~20% 떨어졌다.
징둥상청은 ‘아이폰8’을 종전보다 600위안 저렴한 3999위안(약 66만 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신 모델인 아이폰XR에 대해서도 14일부터 1000위안 이상의 가격 인하를 실시한다고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공지했다.
가전 유통 대기업 쑤닝그룹도 기간 한정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아이폰XS 등을 종전보다 1000위안 정도 낮췄다.
한 인터넷 쇼핑몰 대기업 관계자는 “애플로부터 도매가격을 인하해주겠다는 통지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 언론들도 애플이 8일 자국 거래처에 도매가격 인하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애플스토어나 다른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이폰 가격은 그대로였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인터넷 한정으로 가격 인하를 실시하고 나서 그 결과를 보고 향후 대응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자 제품 판매 가격을 거의 내리지 않는 완고한 자세로 유명했다. 이런 애플이 특히 새로운 아이폰까지 할인 대상에 포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애플은 중국에서도 일년에 한 번 있는 대규모 쇼핑 이벤트인 11월 11일 ‘독신자의 날’을 제외하면 할인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그만큼 애플의 최근 곤경이 두드러지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2019 회계연도 1분기(작년 10~12월) 매출이 840억 달러로, 9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쿡 CEO는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중국 경기둔화가 예상 이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국 사업은 6분기 만에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애플은 올해 1~3월 아이폰 생산 대수도 당초 계획보다 약 10% 감산한다는 결정을 부품 업체들에 통보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애플은 최근 수년간 화웨이 등 현지 업체의 기세에 밀리고 있다. 미국 리서치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은 7.4%로 5위에 그쳤다. 이는 3위였던 2015년보다 절반 가까이 점유율이 축소된 것이다.
화웨이 등의 최신 스마트폰 가격은 아이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성능 면에서도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중국과 비슷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애플은 미국에서 직영점인 애플스토어나 자사 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오래된 기종을 교체할 경우 저렴하게 아이폰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아이폰 XR는 판매 최저가가 749달러, XS는 999달러이지만 이를 XR는 449달러, XS는 699달러로 낮췄다. 애플 스스로가 일부지만 가격 인하에 나서는 형국이다.
다만 이런 가격 인하로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면 판매가 더욱 침체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