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양복 차림의 신한용(59)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개성공단 폐쇄 3년, 27일 2차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신 회장은 어느 때보다 분주해 보였다.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만난 그는 어떤 물음에도 막힘이 없었다.
다만 ‘개성공단이 재개돼 공단에 발을 디디는 그 순간 기분이 어떨 것 같냐’는 물음에는 잠시 침묵했다. 목이 멘 신 회장 눈에 눈물이 맺혔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며 “북한 노동자들과 같이 눈물 흘리지 않겠냐”고 짧게 답했다.
어떤 답보다 큰 울림이었다.
개성공단 운영 중단 3년의 소회를 묻자 신 회장은 “1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결국 3년까지 왔다”며 “‘중단 4년’이라는 말은 정말 없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작년 한 해를 “롤러코스터와 같았다”고 회상했다. 4·27, 5·26, 9·19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등 전 세계가 주목하는 외교적 사건이 이어졌고, 신 회장은 9·19 남북정상회담 때 2박 3일 일정으로 동행했다.
‘3년’이라는 숫자 앞에서 신 회장은 답답함과 기대감이 공존한다고 밝혔다. 답답함은 3년이라는 세월 때문이고, 기대감은 베트남에서 열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 회장은 “설 연휴 내내 뉴스를 보고 있었다”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에서 실무 협상을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두고 일종의 ‘밀당’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으나 다행히 날짜가 빨리 확정됐다”고 안도했다.
신 회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분기점이 될 것이고, 되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개성공단 이야기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며 “개성공단을 빼고 이야기할 만한 마땅한 것이 없다”고 진단했다.
작년 8월 인터뷰에서 그는 올해 안에 공단이 반드시 재가동되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2018년을 넘긴다고 해서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해가 바뀌었다. 신 회장은 “모든 일이 원샷에 해결되진 않는 것 같다”며 “그러나 헛된 시간을 보냈다고는 생각지 않고,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온 것 자체가 성과”라고 평가했다.
개성공단 기업 비대위가 지난달까지 포함해 7차례 방북 신청을 한 것에 관해 그는 “7번을 채우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필요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방북 승인은 7번 모두 유보됐다. 신 회장은 “남북 문제가 개성공단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정부의 태도를 이해한다”면서도 “여러 가지 고려할 요인 가운데서도 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강조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신 회장은 국민을 향해서도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진정성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방북 신청 기사 밑에 ‘왜 또 가려고 하냐’는 악성 댓글이 달리곤 한다”며 “기업인으로서 남북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인데 관념에 따라 재단하지 말아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 어떤 조치보다 개성공단이 먼저 열리면 북한의 개방을 이끌 수 있고,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변화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