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32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13일 삼성물산이 경비업체 B사, 화물운송업체 C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1심보다 배상 액수가 줄어 삼성물산은 사실상 패소한 셈이 됐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제일모직과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한 A업체가 경비 업무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해 지난해 2월 100억 원의 배상 판결을 했다. 또 A업체로부터 경비 업무를 도급받은 B사와 방화 용의자인 화물 지입차주와 계약을 맺은 C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일부 인정해 100억 원 중 60억 원을 3개사가 공동으로 배상하도록 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60억 원 배상에서 10억 원을 줄인 50억 원에 대해서만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각 업체의 책임 정도를 1심 재판부와 달리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C사에 대해서는 방화범의 행위가 C사와 관련되지 않은 점을 들어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이번 소송의 주된 쟁점은 화재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지였다. 애초 삼성물산은 2016년 10월 이 소송을 제기할 당시 건물 관리업체 A사와 경비업체 B사, 화물운송업체 C사 모두에 책임을 물어 공동으로 손해액 중 일부인 100억 원을 배상하도록 청구했다. 화재 발생의 책임이 3개 업체에 동등하게 있다고 본 것이다.
이후 삼성물산은 배상 책임이 일부만 인정된 B사와 C사에 대해 항소하면서 청구 금액을 100억 원에서 손해액 전액인 600억 원으로 늘렸다. 소송 규모가 대폭 확대되자 화재 발생과 그로 인한 피해 보상의 책임이 어느 업체에 얼마나 인정되는 지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600억 원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C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삼성물산은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한편 2015년 5월 25일 발생한 이번 화재는 화물 지입차주 김모 씨의 방화에서 시작됐다. 김 씨는 다량의 부탄가스와 인화성 물질을 담은 박스를 물류센터 여러 개 층에 운반한 뒤 아로마 양초로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불을 냈다. 김 씨는 제일모직 의류매장의 폐점으로 운송 계약이 해지되자 앙심을 품고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사고로 김 씨가 숨지고, 삼성물산은 총 2400억 원대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 보험회사로부터 1800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았으나 600억 원대의 적지 않은 손해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