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달러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러 표시 회사채 발행 금리가 최근 3개월 평균 7.8%로 1년 전보다 2%포인트나 뛴데다 만기까지의 기간도 평균 0.7년 정도 짧아지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심하게 악화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내에서 잦아지는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이 고금리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상황에 계속되면 실적과 자금 사정이 나빠져 중국 경제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문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발행한 달러 표시 채권 약 400개를 분석한 결과, 3개월마다 평균 금리를 보면 2016년과 2017년은 5~6%대였지만 2018년들어 7%를 넘기 시작했다. 만기까지의 평균 기간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은 2.6년으로 전년 동기의 3.3년보다 짧아졌다. 기업들은 높은 이자를 내고도 이전보다 짧은 기간에 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금리가 10%를 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부동산 개발 관련 업체들의 사례가 두드러진다. 이들 업체가 1월에 발행한 1.5년 만기 회사채는 금리가 15.5%에 달했다.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2%대 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10% 이상의 가산금리가 붙은 셈이다.
신문은 이처럼 회사채 발행 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중국 내에서 잦아지고 있는 디폴트다. 작년에 위안화 표시 회사채의 디폴트액은 약 1200억 위안(약 20조 원)이었고, 올해는 2월 중순까지만 해도 100억 위안을 넘어섰다.
중국 회사채는 은행이 사들이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에게는 아직 큰 영향이 없고, 해외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달러 표시 채권의 디폴트 건수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하지만 ‘은행 지원을 전제로 대부분 의도적으로 위안화로 이자 지급을 늦추는 기업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강해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마찰을 배경으로 한 기업 실적 악화 우려도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한 3600개사 중 2018년도 실적이 전년 수준을 밑도는 기업이 약 110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400개사가 적자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실적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과거에 발행한 회사채가 잇따라 만기를 맞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2020년 말까지 매 분기 평균 330억 달러 이상의 달러 표시 채권이 만기를 맞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9월말 현재 5000억 달러가 넘는 달러 부채를 안고 있다. 당국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달러 금리의 상승은 중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힌다.
채권 발행보다 상환이 많아지면 중국에서 달러가 유출된다. 이렇게 되면 시진핑 지도부는 채권 투자 규제 완화 등으로 해외 자금을 끌어모아야 한다. 기업의 달러 표시 채권 발행이 정체되면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평판도 떨어진다.
신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융 긴축 노선을 수정하면서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중국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암울하다며 고금리와 달러 조달의 어려움이 디폴트의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면 시장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