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전날 삼성바이오가 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임원 해임 권고 등 처분 취소소송과 관련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7월 증선위의 처분이 넉달 후인 11월에 내린 2차 처분에 포함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1, 2차 처분의 사유가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두 번의 처분이 독립된 별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2차 처분 통보서에 1차 처분 사유를 간접적으로 인용해 별개처럼 보이더라도 성격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1차 처분은 2차 처분에 흡수 변경된 내용으로, 1차 처분만 독립적으로 집행할 수 없다”며 “위험성 여부와 관련 없이 1차 처분의 집행은 원론적으로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만약 1차와 2차 처분을 독립된 별개의 처분으로 보더라도 집행이 정지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처분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대로 삼성바이오는 처분으로 인해 대표이사를 제외한 유일한 사내이사인 재무담당이사를 해임해야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12년 2월 바이오젠과 콜옵션 계약을 맺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4월 ‘2014년 감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증선위는 지난해 7월 회계기준 위반 안건을 심의 의결해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 내용을 공시하지 않은 부분이 명백한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발표했다.
더불어 감사인 지정 3년, 재무담당 임원(CFO) 해임 권고 등의 처분을 내리고 회사 및 대표이사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 측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 10월 제재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낸 뒤 12월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재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이 삼성바이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증선위의 1·2차 제재를 일단 피하게 됐다.
앞서 증선위가 지난해 11월 내린 처분에 대해서도 법원이 지난달 삼성바이오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해당 가처분 신청은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 회계했다고 발표하면서 내린 처분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증선위는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감사인 지정 3년,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등의 처분을 내렸다.
2차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여부를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삼성바이오는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4조 원이 넘는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 이미지와 신용 및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증선위 처분의 집행을 정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