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의 ‘제작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회사 본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관계부처 수사 의뢰와 시민단체 고발에서 시작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사정기관과 현대ㆍ기아차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형진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12층 품질본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내부 문서와 전산자료를 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국토교통부와 시민단체가 고발한 현대기아차의 리콜 규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혐의 여부 판단과 관련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은 국토부와 시민단체로부터 △세타2 엔진 △에어백 결함 △디젤 엔진 결함 등 중대한 리콜 사안에 대해 “현대ㆍ기아차가 조직적으로 결함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압수수색의 방점이 완성차의 결함이 아닌, ‘은폐 여부’인 셈이다.
◇시민단체는 물론 국토부도 ‘은폐 의혹’ 제기=앞서 국토교통부는 2017년 5월 현대·기아차의 제작결함 5건과 관련해 12개 차종 23만8000여 대를 상대로 강제리콜을 명령했다.
동시에 “의도적인 결함 은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토부 강제리콜과 수사의뢰 전에는 시민단체의 고발도 있었다. 서울YMCA 자동차안전센터는 강제리콜 한 달여 전인 2017년 4월, 세타2 엔진의 제작 결함과 관련해 “현대차 측이 결함 가능성을 은폐했다”며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을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YMCA는 “2010년부터 8년간 결함을 부인하다가 국토부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리콜 계획을 제출했다”며 ‘늑장 리콜’이라고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자동차관리법에 제작사는 결함을 안 날로부터 25일 안에 시정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을 물리게 돼 있다.
국토부의 수사의뢰와 시민단체의 고발 배경에는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의 내부 제보문건이 있었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해 회사문서 유출을 앞세워 김 전 부장을 고발했으나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세타2 엔진 ‘소착’ 여부 사전인지가 관건=여러 제작결함 가운데 논란의 중심은 세타2 엔진의 시동 꺼짐이었다.
사회적 논란이 됐던 세타 엔진은 2000년대 초, 현대차가 일본 미쓰비시, 미국 크라이슬러와 공동개발한 중형 승용차용 엔진이다.
현대차는 2004년 NF쏘나타에 처음 얹었고, 일본 미쓰비시는 랜서, 크라이슬러는 닷지 소형차에 이 엔진을 썼다. 현대차는 이를 바탕으로 개선을 거듭해 세타2 엔진을 선보였다.
문제는 이때부터 엔진 소착(이물질 등으로 인한 회전 기계장치의 눌러 붙음)이 발생하며 시동꺼짐 등 결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현대차 역시 이를 인정해 일부 모델을 대상으로 리콜을 실시하기도 했다.
반면 서울YMCA는 “2010년부터 8년간 결함을 부인하다가 국토부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리콜 계획을 제출했다”며 결함은폐와 늑장리콜을 지적했다. 리콜은 했으나 이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주장이었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수사팀이 조사 맡아=이번 압수수색으로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2015년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건을 맡았던 곳으로 폭스바겐 전현직 임원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현대ㆍ기아차 역시 혐의 일부가 인정되면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기에서 나온다.
검찰은 수사관 등을 압수수색에 투입해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혐의내용 일부가 밝혀지면 관계자를 상대로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의 대부분이 혐의를 밝혀내기보다 밝혀진 혐의를 재확인 수순에서 진행된다”며 “관계부처와 시민단체의 고발 내용에 상당부문 혐의가 인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