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기아차 통상임금 2심도 노조 일부승소…신의칙 불인정 "3125억 지급"

입력 2019-02-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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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청구, 경영상 어려움 초래 단정 어렵다”…지연이자 불어 1심보다 총액 증가

▲기아차 본사(뉴시스)
▲기아차 본사(뉴시스)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또다시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22일 기아자동차 근로자 가모 씨 등 2만736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한 중식대·가족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아 인정된 배상액은 원금 기준 3126억 원에서 3125억 원으로 1억 원가량 감액됐다. 그러나 큰 틀에서 1심 판단과 같았다.

◇통상임금 신의칙, 1ㆍ2심 모두 배척

이번 소송의 쟁점은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 이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배척할지, 통상임금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였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상 개념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3년 12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판단하면서도 신의칙을 적용해 회사의 지급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간 법원은 판례에 따라 “회사에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의칙에 따라 통상임금 지급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2017년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신의칙 위반이라는 기아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해 추가 수당을 준다면 사 측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져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도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로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해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관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기아차의 당기순이익,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 규모, 보유하는 현금과 금융상품의 정도,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 등을 감안해 ‘경영상 어려움’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번 임금 청구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상여금, 통상임금 포함…중식대 미포함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항목에 대해서는 1, 2심의 판단이 다소 엇갈렸다. 주된 항목이었던 상여금은 1, 2심에서 동일하게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인정돼 통상임금에 포함됐지만, 일부 항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에서는 중식대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통상수당에 가족수당을 포함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상여금 및 중식대는 소정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소정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률성도 인정할 수 없다”며 중식대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아울러 가족수당도 일률적이지 않다며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휴일특근 개선지원금에 대해서도 피고 측 의견을 받아들여 1심 판단과 달리 공제 대상으로 인정했다.

반면 영업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일비는 1, 2심에서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영업활동 수행이라는 추가 조건이 충족돼야 지급되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원금, 1억 원만 감액…지연이자 대폭 늘듯

앞서 1심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청구한 1조926억 원(원금 6588억 원 3년 치 이자 4338억 원) 중 4223억 원(원금 3126억 원 선고 당시 기준 지연이자 1097억 원)을 기아차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지연이자는 산정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노조 측에 돈을 갚는 시점이 늦춰질수록 불어나는 구조다.

2심에선 당초 인정된 원금에서 1억 원을 감액해 312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1심 선고 이후 18개월이 지난 만큼 기아차가 지급해야 할 지연이자는 1097억 원에서 대폭 늘어나게 됐다. 원금은 줄었지만 지연이자가 늘어나면서 근로자들에게 줘야 할 총액은 1심 당시보다 증가한 셈이다.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강상호 지부장과 노조원들이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강상호 지부장과 노조원들이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 기아차 노조 “회사, 항소심 판결 수용해야”

기아차 노조는 선고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강상호 지부장은 “세부 항목에서 일부 패소했지만 대부분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사측은 이제라도 2심 판결을 준용해서 임금 적용을 더이상 지연시키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부터 노사가 임금 체불로 인해 소송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며 “노사는 2심 판결을 바탕으로 원만히 합의해서 기아차가 정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소송의 본질은 발생한 체불에 대해 사측에 지급을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세세한 항목에 대해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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