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라는 '빅딜'을 앞둔 현대중공업이 관료 출신 재무 전문가를 영입해 향후 경영 전반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의 건(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2명)’을 다룰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이번 주총 임원 선임 안건 중 주목받는 부분은 사외이사 선임이다. 금융계 거물로 꼽히는 윤 회장이 사외이사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1955년생인 윤 회장은 금융업계 원로로 대표적인 ‘재무통(通)’으로 꼽힌다. 그는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1979년 재무부 국세심판소에서 일을 시작해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쳤다. 이후 기업은행 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외환은행 은행장 등을 역임한 그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을 두루 거친 독특한 경력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재무통으로 꼽히는 윤 회장을 영입한 이유가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신설하는 조선통합법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 원을 지원하고 필요 시 1조 원을 추가 투입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또한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사우디 아람코에 넘기는 등 재무적 ‘여력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최혁 서울대 교수는 “최근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이 바뀌며 회사와 이사회의 책임이 중대해지는 추세”라며 “(윤 회장 영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는 무관하고, 자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한 문제”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정기주총에서 한영석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한다. 한 사장은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