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철학에서 말하는 박(樸)은 영어로 푸(pu)인데, 그 뜻은 ‘다듬지 않은 통나무’이다. 이것은 “사물이 본래의 단순한 상태에 머무를 때 그 사물이 본래 지닌 자연스러운 힘이 발휘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삶에서 복잡함이나 오만함과 같은 눈을 가리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제거해 버리고 나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오롯이 본질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 단순하고 고요한 것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고 평범한 것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부족하고 저것이 부족하다고 툴툴대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가 담겨 있다. 자신의 한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그 한계로부터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다.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갈등과 분열 속으로 깊이 빠져 들어가게 된다. 날로 자극이 강해지는 시대에 온전히 자신을 지키고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저자의 처방은 내적 본성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고서는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듣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처한 상황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등을 인식할 때 비로소 상황을 돌파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도가 철학은 무위(無爲)를 강조한다. 무위의 본질에 대해 저자는 “마치 시냇물이 졸졸 흐르다가 커다란 바위를 만나 빙 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를 풀어 쓰면 기계적이고 직선적인 접근법보다는 사물의 자연스러운 리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접근법을 말한다. 필요하다면 둘러갈 수 있는 용기와 힘도 무위가 주는 또 하나의 처방이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시종일관 목표에 집착해서 나아가는 과정 자체에 ‘알아차림’을 놓치는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알아차림의 순간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고 즐길 수 있다면 그만큼 알아차림도 연장된다. 알아차림이 차근차근 더해지면 우리들은 재미를 만끽하며 살 수 있다. 저자가 제언하는 삶의 자세는 남송시대의 문인 육우(陸羽)가 남긴 한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머리 위의 구름은 모였다 흩어졌다고 하고, 마당에 부는 바람은 떠났다 돌아왔다 하네. 인생도 그런 것인데, 편안히 쉬지 않을 이유가 없네. 우리의 축제를 그 누가 막을쏘냐?”
눈이 내리는 날을 떠올려 보자. 눈이 내리면 내릴수록 점점 더 온다는 노랫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눈덩이 효과’는 어떤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그 일은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증폭될 수 있음을 말한다. 지혜나 행복 그리고 용기도 모두 눈과 같은 것이다. 잘 살아내는 것에 대해 저자의 처방은 세상의 믿음과는 거리가 있다. 저자는 “잘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를 안다. 그들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 지혜롭고 단순한 목소리, 똑똑함을 넘어 이성을 발휘하고 지식 이상의 것을 아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말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조언들이지만 곰돌이 푸와 함께하는 도가 강좌는 그 나름의 편안함이 함께하는 책이다.공병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