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 의회는 화웨이를 중심으로 중국 기업에 의한 자국의 첨단기술 절취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규제가 지나치면 ‘세계의 두뇌’를 자부했던 미국 대학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적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비난의 화살이 자국 대학과 중국 기업의 산학협력이나 늘어나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그동안 중국과 밀월 관계를 돈독히 해왔던 미국 대학들은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메릴랜드대의 마이클 팩트 교수는 지난해 12월 화웨이로부터 “왜 우리의 돈을 돌려주는 것인가”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리튬이온 배터리 등의 연구 목적으로 화웨이가 기부한 16만5000달러(약 1억8750만 원)를 대학 측이 반환했기 때문.
그동안 화웨이는 전 세계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화웨이는 2017년 미국 대학을 위한 연구 자금으로 약 1000만 달러를 제공했다. 그러나 신문이 화웨이가 산학 제휴 파트너로 공표한 대학들에 문의한 결과 상당수가 향후 관계 유지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스탠퍼드대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에 대한 향후 미국 재판의 전개나 규제 상황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기업의 기기에 안보 위협이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부터 정부 조달 입찰에서 이들을 제외했다. 미국 검찰은 1월 이란과의 불법 금융거래, 자국 기업 영업비밀 절취 혐의 등으로 화웨이를 기소했다.
지금까지 대학의 인력과 기업 자금을 융합하는 산학협력은 글로벌 연구·개발(R&D)을 선도하는 미국 대학의 최대 강점으로 꼽혀왔다. 미국 연방정부 보조금이나 학비의 대폭적인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가운데 R&D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민간기업이 지원해왔다. 기업 측도 우수한 인재 확보 등 혜택을 봤다.
예를 들어 스탠퍼드대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연간 20만 달러를 제공한 기업에 대해 대학 연구원과 자유롭게 교류하고 논문 발표회 참석도 허용하는 산학 교류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러나 스탠퍼드대는 1월 말 화웨이로부터의 자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중국이 미국 대학의 열린 연구 환경을 이용해 비전통적인 정보 수집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며 “미국 대학은 이 문제에 순진하다”며 산학협력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정권은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하이테크 분야에서 중국인 대학원생에 대한 비자 유효기간을 종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더 나아가 중국인 유학생 전체에 대한 비자 제한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