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절벽' 해법, B2B에서 찾는다...홈플러스, 유럽ㆍ미국ㆍ베트남에 PB상품 수출 추진

입력 2019-03-21 13:29 수정 2019-03-2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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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삼성' 빈커머스와 협약ㆍ미국 H마트와도 상품 공급 맺어 '플랫폼 컴퍼니'로 변신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오른쪽)과 응우옌 티 탄 투이(Nguyễn Thị Thanh Thủy) 빈커머스(Vincommerce) 부대표(Deputy CEO, 왼쪽)가 21일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수출·입을 포함한 유통 전반에 대한 전략 제휴 협약(MOU)을 체결하고 협약서를 들어보이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오른쪽)과 응우옌 티 탄 투이(Nguyễn Thị Thanh Thủy) 빈커머스(Vincommerce) 부대표(Deputy CEO, 왼쪽)가 21일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수출·입을 포함한 유통 전반에 대한 전략 제휴 협약(MOU)을 체결하고 협약서를 들어보이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임일순<사진> 홈플러스 사장이 B2B(기업간 거래) 소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매업 기반 사업에서 상품을 수출하는 도매사업으로 뛰어든 것. 내수 부진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홈플러스는 미국과 유럽, 베트남 유통업체에 PB(자체브랜드) 상품 공급을 강화하는 한편, 이들의 상품을 저렴하게 들여와 초저가 시장에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21일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베트남 최대 민간 기업 ‘빈그룹(Vingroup)’의 유통 자회사 ‘빈커머스(Vincommerce)’와 수출입을 포함한 유통 전반에 대한 전략 제휴 협약(MOU)을 맺었다. 홈플러스는 올해를 필두로 이른바 ‘월드클래스 홈플러스’의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 브랜드 상품을 전 세계 모든 대륙에 공급하고, 높은 품질이 검증된 해외의 여러 상품을 가성비 높은 가격에 국내로 들여와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상품 소싱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리츠 상장 철회… 돈줄 막힌 홈플러스 ‘경고음’ = 홈플러스는 최근 내우외환에 처했다. 업황 부진에 각종 규제까지 겹치며 바깥 상황이 부담인 가운데 리츠 상장 철회에 따라 자금줄까지 막혔기 때문이다.

실제 홈플러스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2980억 원, 1826억 원의 당기순손실 이후 2016년 흑자전환(3231억 원)했지만, 2017년에 다시 전년보다 당기 순익이 28% 감소(2399억 원)하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 출점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에는 동김해점과 부천중동점을 폐점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실적 역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투자 확대와 정책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이 온라인 강화와 초저가 전략을 펼칠 때도 홈플러스는 적극적인 액션을 취할 수가 없었다. 리츠 상장과 점포 매각에 나서며 4억 원대의 자금을 수혈하려 했지만 이마저 순조롭지 않다. 시장의 관심 부족으로 공모는 무기한 연기됐다. 우선 홈플러스는 인천 무의도 연수원을 매각해 긴급 처방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이 연수원은 2011년 테스코가 700억 원을 투자해 세운 시설이다.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수모도 겪고 있다. 전날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한 단계 내렸다. 한신평은 리츠 상장 철회를 주요 원인으로 들면서 재무적 가변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 온라인 광고비 증가 등 비용 증가 요인들이 상존해 있다는 것도 현금 흐름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신평은 “대형마트 사업은 생필품 상품 구성이 높은데, 이는 이커머스 기업의 시장 침투가 빠른 부분”이라며 “온라인 경쟁사의 지배력 확대로 유통마진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해법은 도매업… 플랫폼 컴퍼니(Platform Company)’ 자처 = 홈플러스의 선택은 플랫폼 컴퍼니로의 변신이다. 해외 시장 상품 수출에 집중하겠다는 것. 홈플러스는 현지 최대 규모의 유통 체인에 상품을 수출하는 ‘소프트웨어(software)’에 집중하는 ‘저위험 고수익(Low Risk High Return)’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탄은 ‘EMD’ 가입이다. 홈플러스는 1월 유럽과 오세아니아에 회원사를 보유한 유통 연합 ‘EMD’에 가입했다. ‘EMD’는 회원사의 연간 매출이 총 258조 원으로 월마트를 제외하면 세계 최대 규모다. 홈플러스는 가입을 통해 회원사의 상품을 싸게 들여와 판매할 수 있고, 반대로 회원사를 통해 자사 PB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첫 작품은 지난주부터 판매에 나선 독일 브뤼겐 시리얼이다. 동시에 자사 PB제품의 회원사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동남아시아로도 보폭을 넓힌다. 홈플러스는 이날 서울 ‘빈커머스’와의 협약을 통해 홈플러스 점포에서 판매하던 국내 상품을 빈마트와 빈마트플러스 등 총 1800여 개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빈커머스는 이른바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의 유통 자회사로, 베트남 전역에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소매업체다. 동시에 빈그룹에서 판매하는 열대과일 등 가성비 높은 베트남 상품들을 국내 홈플러스 점포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미국으로도 진출한다. 최근 홈플러스는 미국 전역에 70여 개의 대형마트를 운영 중인 H마트(H Mart)와도 상품 공급 협약을 맺고, PB스낵의 수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H마트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뉴욕, 버지니아, 뉴저지, 텍사스 등 미국 12개 주에서 7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미국의 대형마트 체인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H마트 측이 수입을 원하는 상품을 현지 점포에 공급하는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아시아에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EMD 가입을 시작으로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 글로벌 구매 채널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들께는 높은 품질의 새로운 해외 상품을 가성비 높은 가격에 제공하고, 국내 중소협력사에는 해외 수출의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는 ‘플랫폼 컴퍼니’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남주현 기자 j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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