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4억 인구 대국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3500여 명의 주주를 모아놓고 다국적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셀트리온으로 키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서 회장은 26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셀트리온 제2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 상반기 중국에 셀트리온 60% 파트너사 40%를 각각 출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출장 차 일본 도쿄에 머무는 서 회장은 국제전화로 주총장에 연결됐다.
그는 “합작법인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1000억 규모를 출자하고 추가 자본 조달을 통해 1단계로 5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해서 완공한 생산시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승인을 받으면 셀트리온의 해외 생산 기지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2위 규모의 의약품 시장이지만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처방 수를 늘리기 위한 보험 등재가 필요하다. 서 회장은 “중국에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지을 테니 셀트리온의 의약품을 현지 추가 임상 없이 허가해달라고 협상했다”면서 “공급 단가를 최대한 낮추는 대신 보험에 올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9821억 원, 영업이익 3387억 원으로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서 회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매출 확대를 거듭 강조했다. 우선 올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액을 전년 대비 100% 이상 신장시키겠다는 목표다. 또한 2020년에는 분기 매출 1조 원을 달성, 연 매출 5조 원 고지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 같은 매출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 능력(케파)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셀트리온은 5만 리터의 1공장 증설을 거쳐 총 19만 리터 규모의 케파를 확보했다. 현재 짓고 있는 3공장은 최대 20만 리터 규모가 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3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일부 물량을 해외 업체에 위탁 생산(CMO)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셀트리온의 케파가 곧 매출액”이라며 “이미 CMO 업체와 8만 리터 규모의 계약을 완료했으며, 추가로 9만 리터를 생산할 수 있는 CMO 업체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통 마진 개선을 위한 직접 판매(직판)망 구축에도 공들이고 있다. ‘램시마’의 피하주사제형 ‘램시마SC’부터 본격적인 직판에 돌입하며, 2022년에는 이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까지 넓힐 예정이다. 셀트리온의 올해 주력 제품인 램시마SC는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36조 원 규모의 TNF-α 억제제 시장까지 모두 침투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 회장은 후속 파이프라인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우선 2021년에서는 글로벌 매출 1위 바이오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를 선보인다. 그는 “지금까지 승인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올드 타입으로 주사할 때 통증이 크기 때문에 유럽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뉴 타입’을 내놓으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퍼스트무버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이를 비롯해 바이오시밀러 18개, 배이오베터 3개, 면역치료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잇따른 비전 제시에도 불구하고 셀트리온의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11% 이상 하락했다. 이날 서 회장은 “주주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회사를 믿고 기다려주면 실적으로 틀림없이 (주가를)견인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