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일간지에서 “강원도 미시령터널 인근서 승용차 정면 추돌”이라는 표제로 보도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고의 내용으로 보아 ‘충돌’이라고 했어야 할 표제를 ‘추돌’이라고 쓰고, 거기에 ‘정면’이라는 말까지 붙였으니 읽는 사람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충돌은 ‘衝突’이라고 쓰며 ‘衝’은 ‘맞부딪칠 충(衝)’이라고 훈독하고, ‘突’은 ‘부딪힐 돌’ 혹은 ‘갑자기 돌’이라고 훈독한다. “움직이는 두 물체가 마주보는 방향에서 부딪쳐 짧은 시간 내에 서로 힘을 미치는 것”을 충돌이라고 한다. 나중에는 물건뿐 아니라 의견이나 생각이 서로 맞서는 것도 충돌이라고 하게 되었다.
추돌은 ‘追突’이라고 쓰며 ‘追’는 ‘쫓을 추’라고 훈독한다. 뒤에서 쫓아가다가 앞에 정지해 있거나 진행 중인 물체를 들이받는 것이 추돌인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 운행 중이던 자동차는 앞에서 한 번 추돌사고가 발생하면 뒤를 따르던 차들이 줄줄이 앞서 가던 자동차의 뒷면을 들이받게 된다. 이게 바로 ‘연쇄추돌사고(連鎖追突事故)’이다. ‘連’은 ‘이을 연’, ‘鎖’는 ‘쇠사슬 쇄’라고 훈독한다.
충돌은 중앙 분리선을 넘음으로써 발생한다. 엄격하게 규정된 규칙을 위반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의견 충돌도 마찬가지다. 일방적으로 혹은 쌍방이 다 규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주장을 할 때 의견 충돌이 생긴다. 추돌은 ‘차간거리’를 유지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다. 사람 사이에도 귓속말을 나눌 정도로 가까이 있다 보면 언젠가는 추돌이 일어나게 된다. 패거리 중의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패거리 사이의 연결고리를 작동하게 되는데 나중에 그것이 발각되면 줄줄이 엮여 감옥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자동차 뒷면에 ‘보지거리 이차안전(保持距離, 以車安全)’이라고 쓴 말을 많이 볼 수 있다.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차를 안전하게!’라는 뜻이다. 사람 사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