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전날 보고서를 인용해 작년 미국 산유량이 2017년 대비 17% 증가한 하루 평균 1095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1075만 배럴)와 사우디아라비아(1042만 배럴) 산유량도 전년 대비 2~3% 증가했지만 미국의 가파른 성장세를 따라오지는 못했다.
미국의 산유량은 2017년에 러시아, 사우디에 이어 3위였지만 지난해 마침내 1위로 올라섰다. 영국 석유 메이저 BP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셰일가스 추출 중 발생하는 천연 휘발유를 포함한 생산량이 이미 2014년에 러시아와 사우디를 넘어섰다.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EIA 통계에서도 마침내 산유량이 197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세계 1위로 올라선 것이다.
EIA는 미국이 내년 원유 등 에너지 수출이 수입을 웃도는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 생산은 2027년까지 계속 확대돼 지난해 실적보다 약 30% 늘어난 하루 1400만 배럴에 도달할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주요 산유국은 이달 중순 하루 총 120만 배럴 규모 감산을 6월 말까지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OPEC 등은 생산 조정을 통한 유가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대규모 증산이 계속되면 유가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지난해 미국의 원유와 휘발유, 경유를 포함한 석유 수출이 하루 200만 배럴 이상으로 전년보다 70% 이상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오는 2024년에 석유 수출에서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2위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타르가 올해 1월 1일부로 탈퇴하는 등 와해 위기에 놓인 OPEC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런 셰일혁명이 지정학적으로도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우에노 쓰요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OPEC으로부터의 수입은 최근 고점인 2008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31년 만의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그만큼 중동의 중요성이 점점 떨어져 미국은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오랫동안 ‘세계의 경찰’ 역할을 했던 이유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은 석유 파동에 이어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세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 이에 미국은 1991년 걸프 전쟁에서 연합군을 이끄는 등 중동 질서 유지를 최우선시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에서 철군을 표명하는 등 미국은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중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정책을 크게 후퇴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