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부채 증가 속도가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빚을 갚기 어려운 대출자를 의미하는 취약차주의 부채는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또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한 후 임대소득을 노리는 소위 갭투자자들의 채무상환능력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내외 경기침체 우려와 맞물리면서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가계부채 규모는 1534조6000억 원으로 전년말(1450조8000억 원)보다 5.8% 증가했다. 이는 2016년 11.6% 급증이후 2년째 감소세다. 다만 같은 기간 가계소득은 3.9%(추정치) 증가하는데 그쳐 여전히 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세를 앞섰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말 159.8%에서 작년말 162.7%로 추정됐으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도 같은기간 83.8%에서 86.1%로 늘었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글로벌 경기둔화 등 대외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데다 가계부채 및 주택시장관련 위험요인이 잠재해 있다. 부채수준도 여전히 높아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계속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작년말 두 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에 속하는 저소득자이거나 신용등급 7~10등급 저신용자인 소위 취약차주는 146만8000명으로 이들의 대출규모는 86조8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1444조5000억 원)의 6%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고 저신용인 고위험 취약차주도 전년(41만8000명, 12조7000억 원)에 비해 감소했지만 37만8000명(12조2000억 원)이었다.
취약차주 대출 중 비은행 비중은 64.8%에 달했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 기준 42.6%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한편 한은이 가계금융·복지조사 임대가구 정보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작년 기준 임대가구 수는 328만 가구로 전체 가구(1969만 가구)의 16.7%에 달했다. 이들의 금융부채 규모는 372조4000억 원으로 가구 평균 1억9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비임대가구(7000만 원)의 세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특히 임대가구 중 연간 총소득에서 전체 대출금의 원금과 이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00% 이상이고 금융자산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100% 이상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구는 195만1000가구였다. 이는 빚이 있는 임대가구의 6.8%에 달한다. 특히 2주택 이상 다주택(9.9%)과 상가 및 오피스 등 비주택(6.8%) 임대자들의 비중이 가장 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증가가 유일한 대안이지만 당장 쉽지 않은 문제”라며 “(취약차주에 대해) 채무조정이나 복지차원의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