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총량 부담은 물론이거니와 증가속도도 여전히 빠른 모습이다.
16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말 가계신용은 1534조63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1782조2689억원) 대비 86.1%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년(83.8%)보다 2.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2006년 60%를, 2012년 70%를, 2016년 80%를 돌파하는 등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BIS가 집계하는 작년 3분기말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전분기대비 0.9%포인트 상승한 96.9%를 기록했다. 이는 BIS가 집계하는 43개국 중 두 번째로 가장 빠른 증가세다. 중국은 1.2%포인트 늘어 반갑지 않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상승폭도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당분간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줄 것 같지 않다. 총량관리와 안정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과 관련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이미 다 썼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지속되면서 이들의 생계형 자영업 대출은 여전히 우려스럽다는 관측이다.
실제 한은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 100만여명을 활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2분기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590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6% 늘었다. 이는 2017년(14.4% 증가) 보다 증가세가 확대된 것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2017년 이후 점차 둔화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 요인으로는 집값 상승에 따른 추격매수와 노후 대비가 안 된 베이비붐세대가 은퇴하면서 자영업 생계형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춰) 금리가 워낙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1차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열쇠를 쥐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좀 더 떨어진다면 가계부채가 더 증가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 상황을 보면 금리인상은 어렵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카드도 대부분 써서 기존 정책을 양적으로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부동산문제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고령화와 함께 은퇴인구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생계형 대출 증가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금융정책이 아닌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이들 자영업자를 어떻게 보호해 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