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제조업 체감경기가 반등했음에도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의 경기둔화 가능성, 신흥국 및 중동지역의 경제 불안, 노동환경 변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200여 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1분기보다 20포인트 상승한 87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그러나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2분기 경기를 1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적다는 얘기다.
BSI는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신규 수주가 본격화되고 최근 미·중 무역협상 진전 기대감에 따라 내수(64→84)와 수출(80→100)부문의 체감경기가 모두 개선되는 등 반등 폭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채주도 성장의 한계가 드러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노 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가능성, 베네수엘라·터키를 비롯한 신흥국 불안, 저유가로 인한 오일머니 고갈 등 통제가 어려운 대외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현재 우리 경제는 재정·외환 건전성과 국가신용도 같은 펀더멘털은 견고한 반면, 경기 불안감 고조로 수출·투자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긍·부정 요인들이 혼재돼 있다”며 “고용 노동, 서비스·신산업 부문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의 불확실성을 축소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업종별로는 ‘경박단소(輕薄短小)’와 ‘중후장대(重厚長大)’의 명암이 엇갈렸다.
최근 한류상품(K-beauty·K-medic)에 대한 수요 증가로 △화장품(135) △제약(118) △의료정밀(102)의 전망이 밝았다.
반면 주력제조업인 △자동차·부품(78) △철강(82) △전기장비(82) △정유·석화(83) △기계(87) 부문은 기준치를 넘지 못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조선·부품(107) 산업은 최근 들어 신규 수주량과 선박 인도량이 증가세를 보이며 긍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지역별로는 주력제조업 소재지의 체감경기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자동차·철강이 밀집한 ‘전북(59)’과 ‘대구(65)’의 부진이 도드라졌고, 최근 관광과 식료품 수출에서 호조세를 보이는 강원(112) 지역의 전망이 가장 밝았다.
제조기업의 전반적인 투자 여건은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기업 10곳 중 8곳(80.8%)이 “현재의 투자 여건이 어렵다”고 답했다.
반면 “양호하다”는 응답은 19.2%에 그쳤다.
2분기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 투자 계획에 대해 응답 기업 대부분은 ‘보수적’(82.3%)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경기 불확실성 증대(69%) △고용 노동환경의 변화(27.7%) △기존시장 경쟁 과다(26.6%) △자금조달 어려움(25.4%) 등을 차례로 꼽았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정부 전망치(2.6~2.7%)를 하회할 것’이라는 응답(45.5%)이 ‘전망치 수준은 달성할 것’(44.8%)이라는 응답을 앞질렀다.
전망치를 소폭 상회하거나(6.7%), 3%대 성장(3.0%)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은 소수에 그쳤다.
조성훈 연세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현재 우리의 경제 상황은 선진국 진입단계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려 구조적인 저성장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개발단계의 규제 시스템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선진국으로의 새로운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경제·산업 전반의 성장 역량 악화와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기 회복 모멘텀 마련을 위해 재정의 역할을 늘려 경제·산업의 단기 역동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규제플랫폼 개선이나 전통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 노력을 병행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