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가상화폐(암호화폐) 낙관론자인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와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가상화폐의 필요성에 대해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루비니 교수는 "가상화폐는 기존 금융시스템 보다 효율성과 안정성 면에서 월등히 떨어진다"고 주장한 반면, 비탈릭은 "가상화폐를 통해 정부의 과도한 검열에 저항성을 가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루비니 교수는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디코노미(분산경제포럼)'에 참석해 "비트코인 거래를 보면 누가 거래를 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돈세탁도 많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금융시스템에 비해 훨씬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며,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등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루비니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언한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가상화폐는 가치가 없다"는 견해를 수차례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금융위기 전부터 은행이 썩었다고 비판했지만, 그렇다고 가상화폐가 은행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부테린은 "가상화폐가 필요성은 많겠지만, 그 중 검열 저항성이 중요한 점"이라며 "미국에서 정부가 기업에 비밀리에 개입하기도 하고, 은행의 지불시스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경제의 많은 부분에 있어서 독과점이 일어나고 있는데 기업 영향력이 중앙화 되는 것으로 이런 중앙화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비니 교수는 정부가 사용자의 활동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제도권 기관에) 등록을 해야만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 탈세자나 범죄자만이 익명성을 원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검열 이유에 대해 범죄 행위와 탈세 문제를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인터넷을 움직이는 자금에 대해 세금을 매길 수가 없기 때문에 횡령과 테러, 인신매매 등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이나 어떤 나라도 익명성을 가진 화폐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테린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했다.
그는 "여러 정보가 정부에 불필요하게 제공되는 측면이 문제"라며 "사업 거래를 하고나서 10% 세금을 낸다고 한다면 정당하게 납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토론자는 기술적인 문제에서도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블록체인의 기술 한계인 트릴레마(3중 딜레마)에 관해 부테린은 기술 개발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루비니 교수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블록체인 트릴레마'는 △분산화(탈중앙화) △보안 △확장성(속도) 등 3가지 요소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일컫는 기술적 용어다.
루비니 교수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작업증명(POW) 방식은 확장성이 없고, 기술자들이 대안으로 들고 나온 지분증명(POS)은 더 중앙화 돼 있다"며 "캐스터나 샤딩 등 용어를 말하지만 이상한 것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은 초당 7~10건 정도 밖에 처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부테린은 "지분증명 방식은 아직 시작을 하지 않았고, 이더리움 2.0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과학 발전을 통해 계속해서 발전해 확장성(속도)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루비니 교수와 부테린이 두 사람은 가상화폐의 가치에 거품이 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크립토 코인이 95% 이상 가치를 상실했다고 지적한 루비니 교수는 "매일 새로운 코인이 생겨나고 자체적으로 양적완화를 하는데 룰도 없다"며 "100년이 아니라 단 1년 동안 벌어진 일"이라고 꼬집었다.
부테린은 "가치가 거품이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가상화폐의 경제성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