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체제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얻으면 각종 협약 이행에 더 많은 시간이 허용되며 무역 관세 인하, 농업보조금 지급 허용 등 특혜를 누린다. 또 선진국보다 더 높은 시장진입 장벽을 구축할 수 있다. 미국 측은 현재 세계 2위 경제 규모에 최대 수출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더는 개발도상국으로서의 특혜를 누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미국은 또 WTO 규정이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킨 중국의 강제 기술 이전과 지적재산권 도용 등 문제를 조장하는 데 일조했다며 중국 측에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할 것을 요구 중이다.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확고하게 거부한 것이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WTO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다”라면서 “중국은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우리의 기본권을 확고히 지키고 개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개발도상국으로서의 국제적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으며 WTO의 의무를 기꺼이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경제 규모가 비교적 큰 국가들이 개발도상국 혜택을 받는 것을 반대해온 미국은 지난 2월 개발도상국 기준을 변경하는 WTO 개혁안을 제출했다. 제출안은 세계은행(WB)이 고소득 국가로 분류한 국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 무역량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 네 가지 조건을 제시해 이 중 한 가지에 속하는 국가는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개발도상국의 우대사항을 축소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WTO는 참사이자 재앙”이라고 비난하며 개발도상국들의 무역 특혜를 지적했다.
SCMP는 “중국이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거절한 건 미국의 WTO 개혁안을 저지하려는 움직임 중 하나”라며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서의 특별 대우를 자국의 ‘근본적 권리’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