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제지업계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쇄용지와 산업용지(골판지) 분야에서는 희비가 갈린 것으로 분석됐다.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쇄용지 분야의 실적 하락이 지속되는 반면 온라인 쇼핑 등의 배송 경쟁이 증가하며 택배박스 수요 등 산업용지 사업은 실적 고공 행진이 이어지는 추세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업계 1위 한솔제지는 지난해 매출 1조7389억 원, 영업이익 1208억 원을 거두며 2017년 대비 각각 12.96%, 91.67% 개선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80% 줄어들었다. 한솔제지 측은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좋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었으나 원·달러환율 상승과 인쇄용지 부문의 실적 하락으로 당기순이익은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설명이다. 한솔제지는 고급포장용 산업용지와 인쇄용지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펄프 수익 확대로 연결기준 매출 신장을 이뤄낸 무림페이퍼의 경우 인쇄용지 주력의 제지업에선 쓴 맛을 봤다. 무림페이퍼는 지난해 전년대비 6.77% 증가한 482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3억 원으로 83.47% 줄었고. 73억 원이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무림페이퍼 측은 인쇄용지는 수익성이 높지 않아 순이익을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인쇄용지를 주력으로 하는 한국제지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한국제지는 지난해 577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5.01% 증가한 수치다. 반면 영업손실 198억원, 당기순손실 339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한국제지 측은 “2017년부터 계속된 펄프 등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어느 해보다 어려운 영업 환경이었다”며 “인쇄용지 감소 추세가 지속돼 수익 구조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골판지와 포장을 주력으로 하는 신대양제지, 아세아제지, 태림포장 등은 사상 최대의 실적 상승을 꾀했다. 골판지를 주력으로 하는 신대양제지는 지난해 3227억 원을 매출을 거두며 전년 대비 1.55% 매출이 늘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32억 원, 59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60.08%, 191.15%의 실적 개선을 보였다.
아세아제지도 매출 48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6% 늘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01억 원, 657억 원을 거두며 각각 372.27%, 228.33% 증가했다.태림포장은 골판지 업체 중 실적 상승률이 가장 높다. 매출은 5543억 원(8.28%)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189억 원, 당기순이익 119억 원을 거두며 각각 전년대비 497.55%, 2631.31% 급증했다.
업계는 지난해 골판지 등 산업용지가 호황을 맞은 것은 중국이 자국 환경 보호를 이유로 골판지 박스 원료인 폐지 수입을 제한한 게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중국에 폐지를 수출하지 못해 국내 폐지 가격이 폭락했고, 원재료 부담이 줄어든 일부 제지업체는 그만큼 높은 수익을 올린 셈이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택배 박스 등 포장재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올해 일부 폐지 수입을 재개했고, 동남아 등지에서 폐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올해 역시 ‘반짝 호황’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여기에 업계의 M&A(인수합병) 향방 역시 제지업계 실적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