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시장에서 양과 질적 성장을 거듭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각종 규제로 가계대출이 막히자,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 경쟁에 나선 가운데 총량을 넘어 질적 성장에도 성공했다는 평이 나온다.
21일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 7년간 우량등급(BBB-) 차주에 대한 중소기업 대출 비중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국민은행은 2012년 16.5%로 꼴지를 기록했지만 2018년 말 40.3%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26.2%→32.7%),신한은행(26.2%→30.6%), KEB하나은행(25.9%→29.6%) 순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여신 잔액 측면에서도 국민은행은 1분기 기준 98조1957억 원으로 신한(87조5824억 원), KEB하나(78조81488억 원), 우리은행(78조3452억 원) 중 가장 많았다.
은행권에서 우량등급 차주란 신용등급 트리플 B 마이너스 이상 기업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양호한 기업으로 분류된다. 각 은행마다 내부 등급 산정 기준이 달라 기업신용정보 조회서비스 CRETOP 모형등급과 은행연합회 CRT 대출잔액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최근 이투데이와 만나 “중소기업은 경기가 나빠지면 아무래도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마진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업체 중심으로 가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지난 4년간 선제적으로 걸러낸 결과 트리플 B- 이상 기업이 80% 이상으로 많아졌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기업대출 실적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소호(SOHO) 대출 차주의 우량등급 비중이 올라간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 법인의 우량등급 비중은 60%대로 올라섰다. 소호 대출도 소매형(4등급 이상)과 기업형(BBB-이상)을 다 합쳤을 때 82%대 까지 상승했다.
이는 국민은행이 건전성 위주의 체질개선을 한 결과다. 우량 중소기업일수록 대출 금리가 높지 않아 수익성이 낮지만 부실 우려도 그만큼 적다. 국민은행은 과거 신용 등급이 낮아도 담보 위주로 기업 대출을 많이 취급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조선업, 건설업 등 부실이 커지자 충당금으로 버티다보니 건전성 지표가 저조했다. 과거 경험을 통해 비싼 수업료를 치른 국민은행은 경기 충격을 대비해 지속적인 상각으로 부실 자산을 털어내고 우량대출 중심으로 성장하는 전략을 짰다.
국민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 성장 목표를 8조5000억원(중소법인 3조5000억원, 소호 5조원으로 총 8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영업점에서도 우량 자산 위주로 평가하고, 심사나 리스크 부분에서도 모니터링 제도를 강화했다”며 “앞으로도 무리한 금리 출혈경쟁보다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내실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