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남 진주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40대 남성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5명을 다치게 한 방화ㆍ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조현병이란 망상과 환청, 언어 와해, 정서 둔감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물론, 적절한 치료를 받는 조현병 환자의 경우에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크나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정신의학계의 분석이다.
진주에서 발생한 조현병 사건 이른바 안인득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은 과거 5년간 68차례에 걸쳐 조현병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남 진주경찰서는 안인득이 지난 2011년 1월께부터 2016년 7월께까지 진주 한 정신병원에서 68차례에 걸쳐 상세 불명의 조현병으로 치료받은 기록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후 2년 9개월간 안씨는 병원에서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회 적응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위협 요소가 될 수도 있는 조현병 환자가 버젓히 범죄 사각지대에 노출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안씨가 오래전부터 조현병을 앓은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때 관리·치료하지 못한 사회 시스템 때문에 사건을 키운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경계하면서도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 시스템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인득 사건이 비단 진주에만 국한된다고는 볼 수 없다. 만일, 조현병 환자에 대한 치료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안인득 사건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일이다.
일례로 지난해 말 강북삼성병원에서 발생한 정신과 의사 피살 사건과 무고한 여성을 희생시킨 서울 강남역 사건 그리고 논현동 고시원 사건 등 ‘묻지마 범죄’ 또한 조현병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나마 ‘임세원법’이 국회를 통과해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가 퇴원할 경우 병원이 이를 지자체에 알릴 수 있게 됐지만, 환자나 보호자가 이를 거부하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보다 나은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인재(人災)는 분명 제도 정비를 통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언 발에 오줌누는 격’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진주 안인득 사건을 계기로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세심한 관찰과 지원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울러 국민들은 조현병 환자를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안씨를 비롯한 조현병 환자 범죄율은 전체 범죄율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피해 망상과 폭력 성향을 보이는 ‘편집형 조현병 환자’는 극히 일부이고, 이들 또한 적절한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