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로부터 온 부고 중에는 “오늘 저의 아버님께서 소천하셨습니다”라는 식으로 더러 ‘소천’이라는 말을 사용한 경우가 있다. 동료 기독교인에게 ‘소천’이 무슨 뜻이며 한자로는 어떻게 쓰느냐고 물었더니 ‘召天’이라고 쓰며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해 주었다. 본래부터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말이냐고 물었더니 성경에 나오는 말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아무튼 요즘 들어 많이 쓰는 말이라고 했다.
‘召天’의 각 글자는 ‘부를 소’, ‘하늘 천’이라고 훈독하는데 ‘동사+목적어’ 구조로 이루어지는 한문이나 중국어의 어순에 따라 해석하자면 ‘하늘을 부른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망자가 하늘나라로 간 게 아니라, 망자가 하나님을 불러 지상으로 내려오게 했다는 뜻이 되고 만다. 망자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표현을 하려면 당연히 ‘오를 승(昇)’과 ‘하늘 천(天)’을 써서 ‘昇天’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昇天이라는 말은 도교나 유가에서 많이 사용하기도 할 뿐 아니라, 용이 승천하는 등 하늘의 부름이 없이도 하늘에 오르는 데에 많이 사용하므로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음을 특별히 강조하기 위해서 ‘召天’이라는 말을 만들어 사용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召天’은 ‘하늘을 부른다’는 뜻이지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는 뜻이 아니다. 애써 한자를 사용하여 뜻이 잘못 표현되는 용어를 만들어 낼 게 아니라 그냥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굳이 한자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天召(하늘의 부름)에 응하시다’ 혹은 ‘天召를 받으시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소천을 받아 하나님 나라에서 영생하고자 한다면 현세를 하나님의 뜻을 잘 받들어 죄를 짓지 말고 살아야 한다. 교회에 성금을 많이 내면 ‘죄 사함’을 받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선전한다면 중세시대 타락한 교회에서 면죄부를 판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