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이란 제재 때문에 다음달 3일부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게 된 아시아 주요국들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온 한국, 인도, 중국이 대체 원유 공급처를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고 CNN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2일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등 8개국에 대해 5월 2일까지 적용되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면제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만, 그리스, 이탈리아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 미국의 이번 조치에 별 영향이 없다. 그러나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큰 중국과 인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 원유 소비의 35%를 차지한다.
가장 유력한 대안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2일 “세계 시장에 원유가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UAE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측도 “석유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협력할 것”이라며 “세계 석유 시장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컨설팅업체 팩츠글로벌에너지의 이만 나세리 중동 부문 상무는 “사우디와 UAE가 이란의 하루 공급량인 100만 배럴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미국도 지난해 하루 산유량이 160만 배럴 늘었다”며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은 3월에 하루 약 14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큰 중국은 반발이 거세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 조치에 반대한다”며 “이란과 우리의 협력관계는 개방돼 있고 투명하며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조치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11억 달러(약 1조2500억 원)의 벌금을 물었다.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도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 기소됐다.
공급 부족 우려에 국제유가는 연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WTI)는 23일에도 또 올라 배럴당 66.30달러로 6개월만의 최고치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원유 시장의 여분이 대부분 이란산을 커버하는데 쓰일 것이어서 유가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