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결렬로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폭탄’이 가시화됐다. 미국은 10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종전 10%에서 25%로 올린 데 이어, 추가로 300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도 관세 인상을 예고했다. 양국은 한 달 내 추가협상을 계속키로 했지만 쉽게 타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중국에 지식재산권 보호 등 산업·통상 법률 개정을 요구한 데 대해, 중국은 주권침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협상이 ‘노딜’로 끝난 이유다. 기술패권을 둘러싼 싸움인 만큼,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정면충돌로 치달으면서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세계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작년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26.8%, 미국은 12.1%의 비중을 차지했다. 대중(對中) 수출에서 전자 및 화학 등 중간재 비중이 79.0%(1282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 중간재를 들여다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내보내는 중국 수출이 많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이 한국 수출에도 직격탄을 안기는 구조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관세율 인상으로 우리 수출이 당장 8억7000만 달러(0.1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가 더 큰 타격이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p) 떨어지면 한국은 0.5%p 하락한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특히 중국이 보복관세 부과로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세계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경우 첫해 경제성장률이 중국은 1.22%p, 미국 0.31%p, 전 세계는 0.11%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기업투자 감소,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인한 충격의 파장은 가늠하기도 힘들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경제동향 발표를 통해 ‘한국 경기가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경기부진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일평균 수출액 감소폭(-5.8%)의 확대 등 수출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투자 또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중 관세전쟁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최로 13일에도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지만, 또 낙관적 얘기로 일관했다. “실물부문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고, 원화 변동성도 과도하지 않다”며 “하반기에는 수출이 나아질 것”이라는 게 결론이다.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갖추고,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도 한다. 한가하기 짝이 없다. 수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다각화, 시장 다변화도 당장의 대책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