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이날 600억 달러(약 71조2500억 원) 규모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5~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새 관세는 6월 1일부터 발효한다.
국무원은 성명에서 “미국 정부가 10일부터 중국에서 수입하는 2000억 달러 상품에 부과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렸다”며 “이는 협의를 통해 무역 분쟁을 해결하자는 양측의 합의에 반하는 조치이며 중국과 미국의 무역 마찰을 고조시켜 양국의 이익을 해칠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런 조치는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기대를 충족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무원 관세위원회는 중국법과 국제법의 기본원칙에 따라 2019년 6월 1일 0시를 기해 일부 대미 수입품에 대해 관세율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미국 현지시간으로 10일 자정을 기해 2000억 달러 규모 대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을 단행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중국 정부는 관세 인상에 따른 자국 기업 타격을 방지하고자 적용 예외 신청도 접수한다.
중국이 이번에 관세를 올리는 대상은 지난해 9월 5~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 약 5200개 품목이다. 지난해 10%의 추가 관세가 붙었던 품목 중 액화천연가스(LNG)와 꿀, 공구, 가구 등 약 2500개는 관세율이 25%로 인상된다. 비료와 치약, 종이, 발전기 등 약 1100개 품목은 세율이 20%로 높아진다.
특히 중국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관세 인상 제4탄을 준비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중국에 보복하지 말라고 경고한 시점에서 보복을 천명해 미국에 쉽게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양국의 치킨게임이 더욱 극에 달할 전망이다.
USTR는 이날 현재 추가 관세가 적용되지 않은 3000억 달러 이상의 대중국 수입품에 대해 제4탄 추가 관세 세부 사항을 발표한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7월과 8월에 각각 340억 달러와 16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뒤이어 9월 2000억 달러 규모 제품에 10% 관세를 매겼다. 지난 9~1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바로 관세 인상을 단행했으며 이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에 대해 중국이 보복 조치를 취하면 무역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과 합의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은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훌륭한 합의가 거의 완성됐는데 중국이 자세를 후퇴시켰다”고 거듭 비난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국이 보복관세로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더욱 격화시키자 요동치고 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이날 개장하자마자 400포인트 이상 하락하고 있다. 다우지수는 이날 오전 9시 45분 현재 전일 대비 1.71%, S&P500지수는 1.74% 각각 떨어지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 급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