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6299억 원을 냈다고 14일 공시했다. 1분기 기준 한전 설립 이래 최대 적자다. 애초 증권가에서는 3000억 원대 적자를 예상했지만 이를 뛰어넘는 ‘어닝쇼크’가 일어났다. 1276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도 적자 폭이 5000억 원 넘게 확대됐다. 여기에 발전사 등 계열사 실적을 뺀 별도기준 회계를 적용하면 한전의 적자 규모는 2조4114억 원으로 더 커진다. 한전은 지난해에도 2080억 원 영업손실을 내며 6년 만에 적자 기업으로 돌아섰다.
한전 어닝쇼크의 주범은 LNG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발전용 LNG 가격이 오르면서 한전이 민간 발전사에서 사 오는 전력시장가격(SMP)도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SMP는 1kWh에 94.7원이었지만 올 1분기엔 110.0원으로 16.1% 올랐다. 이 때문에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7000억 원 늘어났다.
그렇다고 LNG 발전을 줄일 수 없는 게 한전의 상황이다. 전력 정책이 LNG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서다. 최근 정부는 산업재해, 미세먼지 등으로 말썽을 일으킨 석탄 발전을 줄이면서 대신 LNG 발전을 늘리고 있다. 전력 정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석탄 발전 감소에 따른 LNG 발전 증가 등으로 한전의 전력 구입비 부담이 약 40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한다.
전력 판매량 감소도 한전의 실적이 악화하는 데 한몫했다. 올 초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고 전기 소비가 줄면서 한전의 전력 판매량은 1.4% 줄었고 판매 수익 역시 3000억 원 감소했다.
그나마 원전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연료비 부담이 줄어든 게 한전엔 위안거리다. 산업부는 원전 이용률 증가로 한전에 4400억 원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한다. 올 1분기 원전 이용률은 75%로 지난해(54.9%)보다 20%포인트 넘게 올랐다. 한전은 정비 중인 원전 보수가 마무리되고 원전 이용률이 더 올라가면 경영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한전 측은 지속적인 실적 악화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 가능성에 관해선 “(전력 생산에 드는 총괄 원가가 확정된 이후 소비구조, 국민부담, 한전 재무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전의 전력 생산 원가는 늦어도 다음 달까지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