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개혁 없는 60세 이상 정년 감당할 수 있나

입력 2019-06-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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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현재 60세인 정년을 더 연장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공식화했다. 정부 내 인구구조 대응 태스크포스(TF)에서 정년연장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말 정부의 관련 입장이 나올 예정이다.

정부가 정년연장 공론화에 나선 것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 10여 년간 베이비부머가 매년 80만 명씩 고용시장을 벗어나지만, 10대가 들어오는 속도는 40만 명”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인구추계에서도 내년부터 2029년까지 생산연령(15∼64세)가 연평균 32만5000명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내년 감소폭(23만2000명)만 올해(5만5000명)의 4배다. 생산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생산과 소비,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쳐 경제성장을 후퇴시킬 수밖에 없다.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참가를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정년연장 논의가 시급한 일임에 틀림없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또한 급격한 증가세다. 노인인구는 내년부터 40만 명 이상씩 불어나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를 훌쩍 넘는다. 생산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인구(노년부양비)가 올해 20.4명이고, 2030년 38.2명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우리나라 노인인구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에서도 가장 높다. 정년 이후 고용시장을 떠나면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구조의 개선이 당면과제인 것이다. 대법원도 2월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노동가동연한을 그동안의 60세에서 65세로 올리는 판결을 내렸다. 통계청은 정년을 65세로 늘리면 노년부양비를 2028년 20.5명으로 9년 정도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년연장의 필요성은 크지만 걸림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년연장이 인구 고령화로 인한 여러 문제를 푸는 방안이긴 해도, 우리 경제구조와 사회여건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점부터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청년실업이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들의 채용여력 축소로 청년 취업 기회가 줄어들면서 세대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연공급 임금체계에, 성과부진 근로자의 해고도 어려운 등 노동시장이 경직된 구조가 문제다. 일률적인 정년연장이 생산성 향상은 뒤따르지 않은 채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만 가중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경쟁력 쇠퇴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고용을 악화하는 부작용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정년연장의 시장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 형태를 유연화하고, 능력과 생산성을 기준으로 임금구조를 개편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년연장에 앞서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이 고용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개혁이다. 성과 중심 임금구조 합리화, 임금피크제 확대 등 확실한 보완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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