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백색가전은 한 번 사면 10년 가까이 오래 사용하는 제품 가운데 하나다. 교체 주기가 긴 탓에 지금까지의 냉장고는 크면 클수록 좋고, 색상은 무난한 흰색 또는 메탈이어야 한다는 공식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문법을 깨버린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를 선보였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생애주기와 라이프스타일에 다른 나만의 제품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양한 디자인 제공으로 소비자의 구매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에 원하는 형태의 제품 조합으로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이라는 ‘명분’도 갖췄다. 소비자의 냉장고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새로운 구매 동기를 제공한 셈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그룹 부민혁 상무는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 보면 과거에 비해 주방이 노출되는 편으로 자연스럽게 주방 인테리어도 중요해졌다. 주방의 중심을 차지하는 냉장고는 전형적인 디자인이었다”면서 “이런 전형성을 탈피해 어떤 인테리어에도 조화될 수 있을지 고민해 왔고, 공간뿐만 아니라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고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최근 결혼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장유진 프로는 “나를 드러내려고 하는 소비자가 늘고 집과 공간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가전제품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며 “이런 소비자의 공간을 채우는 가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고민했고, 그 고민이 여기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비스포크는 소비자가 가족 수, 식습관, 라이프스타일, 주방 형태 등에 따라 1도어에서 4도어까지 총 8개 타입의 모델을 활용해 냉장고를 조합할 수 있다.
여기에 도어 전면 패널 소재는 총 3가지, 색상은 9가지에 이른다. 비스포크 패턴과 디자인 색상 조합으로만 2만여 대의 선택이 가능하다.
맞춤옷처럼 우리집에 꼭 맞는 나만의 가전을 갖고 싶다는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캐치했다. 소비자는 마치 신혼집 인테리어를 꾸미듯 냉장고의 색상과 패턴을 고르며 디자인을 구성할 수 있다.
부 상무는 “사람마다 색에 대한 선호와 느끼는 감정이 달라서 수만가지 테스트를 거쳤고, 소재별 미세한 차이와 질감 연구도 많이 했다”며 “컬러 선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컬러가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이에 관한 연구와 시뮬레이션, 컬러 콤비네이션을 거쳐 선정했다”고 밝혔다.
장 프로는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의 50%가 유행이 지났거나 돌출된 냉장고 디자인에 불만이 많았다. 또 곡선형보다 플랫형 디자인을 선호했다”며 “제품 높이가 같아 추가로 (냉장고를) 구성하더라도 하나의 제품처럼 잘 어울리는 디자인, 맞춤 가구 같은 연출을 의도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