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쌍용차 수석연구원 “자율주행 상용화 장벽 높아...정부-기업 협력 필요”

입력 2019-06-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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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도’ 자율주행 기술 레벨 2.5 수준...글로벌 제조사보다 한발 앞서

▲쌍용차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정재욱 수석연구원은 자율주행 안정화를 위해서는 제조사 뿐 아니라 IT기업과 통신기업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제공 쌍용자동차
▲쌍용차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정재욱 수석연구원은 자율주행 안정화를 위해서는 제조사 뿐 아니라 IT기업과 통신기업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제공 쌍용자동차
120년 자동차 역사 가운데, 최근 10년 사이에 일궈낸 기술적 가치가 전체의 90% 넘게 차지하고 있다.

1세기 넘게 이어온 내연기관이 점진적으로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은 물론, 앞으로 20년 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자동차 기술의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만큼 눈 뜨고 일어나면 새로운 자동차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 사례가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무인자동차’라는 용어 역시 이제 자율주행(autonomous)이라는 명칭으로 순화되면서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국내 완성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2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레벨2와 레벨3 사이의 장벽이 높다. 반면 쌍용차는 레벨2 수준을 넘어 레벨3에 근접해 있다. 레벨2는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제어하는 단계’이고 레벨3는 ‘운전자 개입이 줄고 교통신호와 도로 흐름까지 인식하는 단계’를 일컫는다.

쌍용차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주도해온 주인공은 전장개발팀 정재욱 수석연구원이다.

제어계측을 전공한 정 연구원은 2003년 대우정밀에서 쌍용차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15년 넘게 쌍용차의 전장과 섀시 개발을 주도해 왔다. 나아가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커넥티비티(Connectivity) 기술과 자율주행차 개발을 이끌고 있다.

쌍용차가 내세운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2.5 수준은 엄밀히 따져 규정에 없는 단계다. 여전히 레벨3까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대부분이 머물러 있는 레벨2 수준을 분명히 앞서 있다.

전방 카메라와 레이더 제어를 제어해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차선 중앙으로 주행하는 반자율주행 기술인데 경쟁 메이커보다 차선을 따라 움직이는 기술이 꽤 진보해 있다.

나아가 경쟁 메이커들이 고속도로 반자율주행에 국한된 반면 쌍용차는 이를 일반도로까지 작동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14일 본지와 만난 정 수석연구원 역시 이 차이점을 강조한다.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제조사들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아직 고속도로 환경 위주의 레벨 2 정도입니다. 아직은 의미 있는 레벨3 기술은 없는 상태인데 그만큼 레벨2 와 레벨3의 기술적 장벽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가장 가까운 미래에 나올 레벨3 기술은 고속도로 환경에서만 가능한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레벨2는 운전자가 지속적으로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

레벨3는 이보다 한 단계 앞선 기술인데 특정 주행환경, 예를 들어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운전자가 한시적으로 차량제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른바 제한적 자율주행 레벨3 단계다.

쌍용차는 딥컨트롤이 적용된 코란도를 통해 상용화 가운데 현재 최고 수준인 레벨 2.5 자율주행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이유는 뚜렷하다.

정 수석연구원은 “고속도로는 물론 일반도로에서도 종방향과 횡방향 보조 제어 기능을 갖췄다는 게 차이점이다. 앞차를 감지해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가는 것은 물론, 차선을 인식해 차로 중심을 따라 안정적으로 주행한다. 운전자의 부담을 줄이고 안전성은 높이는 기술이다”라고 설명했다.

카메라와 레이더의 범위를 넓혀 미리 조향에 대응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차선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고 미리 대응해 몸놀림이 경박스럽지 않다는 것도 쌍용차의 특징이다.

쌍용차 내부적으로는 고속도로 레벨3 양산 기술개발을 마쳤다. 현재 이를 검증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검증에 검증을 반복하면서 기술 안정화를 이루는 게 자율주행보다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처음으로 지능형 주행제어(IACC) 시험차를 개발할 때였다. 운전대(스티어링휠)에서 운전자가 손을 떼면 운전자에게 경보해주는 시스템이 있고, 구체적 경보 시점을 조절하는 단계였다.

쌍용차 평택기술연구소 인근에 자리한 45번 국도에서 실차 시험을 진행 중이었는데, 이곳 국도 대부분의 구간에서 손을 뗀 채 운전해도 차가 멀쩡히 잘 달렸다. 몇 번을 반복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쌍용차 반자율주행 기술에 연구원들 스스로 깜짝 놀란 순간이었다. 통상 경보를 울린 후 자율주행 시스템이 풀려야 하는 데도 1시간이 넘는 동안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고도 거의 완벽하게 자율주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껏 쌍용차에 대한 이미지는 튼튼하고 안전한 차였다.

이제 쌍용차가 추구하는 안전한 차의 기술철학은 단순하게 충돌 안전성에 머물지 않고 있다.

첨단 안전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신뢰성까지 범위가 확대되는 중이다.

나아가 미래차 핵심 기술인 친환경과 커넥티드, 자율주행 등 3가지 기술의 융합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안전이라는 기술철학은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철학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이 시점에서 정 수석연구원은 “자율주행시스템이 더욱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제조사뿐 아니라 IT기업과 통신기업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기술개발에 대한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에 대한 법규나 보험제도, 정밀지도, 통신을 위한 도로 기지국(RSU) 같은 공공 인프라 구축이 필요합니다.”

인프라뿐 아니라 규제 완화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대목이다.

그는 자율주행 평가 및 검증을 위한 시험장소나 규제에 제약받지 않는 규제 프리존도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관련 사항들이 자율주행 상용화 계획에 맞춰 잘 준비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재욱 수석연구원은 대우정밀에서 보디 컨트롤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했고, 2003년 쌍용차에 합류했다. 중앙기술연구소에서 전장 및 섀시 개발은 물론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쌍용차가 자동차 기능안전표준인 ISO 26262를 도입하는 단계에서 기능안전 TF팀장으로 프로세스 개선을 주도했고 표준 정착을 끌어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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