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대한국 수출 규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양국이 복잡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미국이 다국적 호위 함대 참여 여부에 따라 한일 양국 중 어느 편을 들 것인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
트럼프 정부가 중동 해역을 항행하는 민간 선박을 호위하기 위해 동맹국에 자발적인 연합 결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에 가장 먼저 협력을 타진했다고 10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다른 동맹국들에도 호소하고 있어 향후 몇 주 이내에 참가국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 측 요구를 파악하면서 참여 여부를 결정하거나 참가할 경우 법적 문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자위대법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대행,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은 전날 중동 선박 호위 연합 결성 방안 세부내용을 의도했다. 던포드 합참의장은 “여러 나라와 조정에 들어간 상태”라며 “수 주 안에 어느 나라가 우리의 구상을 지지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원유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다.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중동 석유의존도는 88%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38.6%로 가장 높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25.4%로 그 뒤를 이었다. 이란도 4.3%에 달했다.
일본 선주협회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회원사 선박이 연간 총 1700척에 달하며 그 중 약 500척이 유조선이라고 밝혔다. 해운업체들은 위험 해역을 전속력으로 통과하거나 감시를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민간기업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자위대법에 따르면 자발적인 참여에 법적 장애물이 매우 높다. 일본 자위대는 2009년부터 소말리아 앞바다 아덴만에서 해적으로부터 민간선박을 보호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이 활동의 근간이 되는 법률 대상은 어디까지나 ‘해적 행위’로 국한돼 미국 측이 언급한 연합 활동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 2015년 성립된 안보법에서 자위대 해외 파견 이유를 규정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태’를 적용해 미군을 후방 지원할 수 있지만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요한 영향 사태’는 방치하면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 우려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또 연합군에 참가하면 전통적인 우방인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할 우려가 있다.
이에 노가미 고타로 일본 관방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국적 연합 참여 가능성에 대해 “미일 간에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 언급은 미루겠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한국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은 마찬가지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한일 갈등 문제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와중에 오히려 부담스러운 숙제를 떠안게 됐기 때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전화통화로 우려를 전달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다국적 함대 참여를 공식 요청하면 거부하기가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대이란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스스로 유조선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