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의 오너가 테마주에 편승해 주가가 급등하는 사이 보유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불법은 아니지만 매도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송한주 후성 대표이사는 보유 지분 12만 주 중 절반인 6만 주를 장내 매도해 7억800만 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후성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 대체재 생산 기업으로 주목을 받으며 이달 들어 주가가 45.44%(22일 종가 기준) 급등했다.
올해 시장에서 주목받은 테마는 △정치(이낙연, 황교안, 유시민 등) △남북경협(철도, 건설, 철강) △미세먼지(공기청정기, 마스크) △수소(에너지, 자동차) △애국 등 다양하다. 관련 테마주 가운데 남선알미늄, 성문전자, 제이에스티나, 동아지질, 위닉스 등 13개사의 최대주주나 회사 관계자가 고점 직후에 보유 지분을 매도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오너의 지분 매도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주들은 기업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면서, 주주가치 제고 등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사적인 배만 불렸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남선알미늄은 이낙연 총리 관련주로 묶이며 5월 9일부터 6월 10일까지 한 달간 51.76% 급등했다. 그러나 18일 우오현 사내이사가 250만644주를 매도했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우오현 이사는 105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미세먼지주인 위닉스의 윤희종 대표는 40만 주를 시간외매매를 통해 105억 원의 차익을 거뒀고, 전경수 유신 회장(40억 원), 신준섭 성문전자 대표이사(4억 원), 성안제 동아지질 부사장(2억 원) 등도 고점을 찍은 직후 지분 매도를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다.
해당 기업들은 지분 매도 공시 이후 고점 대비 평균 -20.07% 하락했다. 아난티는 고점(1월 23일) 대비 -48.80% 하락했고, 아세아텍(-36.61%), 티비씨(-30.65%), 동아지질(-29.30%), 성문전자(-26.92%), 제이에스티나(-18.71%) 등도 주가가 급락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상 제재할 뚜렷한 규정이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임원도 언제든지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급등 후 처분했다고 제재할 순 없다”며 “불공정거래는 악재성 뉴스가 나오기 전에 매도하거나 호재성 정보가 나오기 전 매수하는 경우 등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를 조정했을 경우”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으로선 개인투자자의 신중한 투자가 유일한 방안이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센터장은 “대부분의 테마주는 실체가 없으므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며 “짧은 시간 동안 오르는 폭이 큰 만큼 떨어지는 폭도 클 수 있기 때문에 실적과 가치에 기반해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