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송환법에 흔들리는 홍콩 경제

입력 2019-07-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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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권반환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정치 위기…글로벌 투자자 신뢰 흔들려

▲홍콩의 한 지하철역에서 30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운행 방해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분노한 한 승객이 시위대와 싸우려 하자 경찰들이 막고 있다. 홍콩/AP뉴시스
▲홍콩의 한 지하철역에서 30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운행 방해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분노한 한 승객이 시위대와 싸우려 하자 경찰들이 막고 있다. 홍콩/AP뉴시스
‘범죄인 송환법’ 논란이 촉발한 대규모 시위 사태에 급기야 홍콩 경제마저 흔들리고 있다.

1997년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되고 나서 22년 만에 닥친 최악의 정치적 위기로 홍콩 경기가 침체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2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허브로 자부해왔던 홍콩의 지위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폴 챈 홍콩 재무장관은 전날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대규모 시위가 지역 상인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더 나아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홍콩의 국제적 이미지와 비즈니스 환경이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외국 기업과 관광객들에게 홍콩은 점점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곳으로 보이고 있다”며 “이는 홍콩에 관광을 오고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려는 의욕을 떨어뜨린다. 많은 소매업과 음식점이 최근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음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홍콩 경제는 현지 소비 위축과 계속되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느린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ING은행의 프라카쉬 사크팔 이코노미스트는 “홍콩은 반정부 시위로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1분기의 0.6%에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정부가 지난달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소환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 촉발한 시위는 지난 주말까지 8주째 계속됐다. 전날에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경찰의 해산 명령을 무시하고 도심을 행진하고 나서 사방으로 흩어져 홍콩 센트럴지구의 교통이 마비되고 백화점과 상점들이 조기에 문을 닫았다.

이런 혼란은 30일에도 계속됐다. 시위대가 아침 출근 시간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면서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지난 21일에는 갱단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괴한들이 한 지하철역에서 시위대와 시민을 무차별 폭행하는 ‘백색테러’까지 일어났다.

급기야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이 이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한편 폭력사태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판공실이 홍콩 내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연 것은 주권반환 이후 처음이다. 심지어 중국 정부는 2014년 우산혁명 당시에도 기자회견을 열지는 않아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는 이날 성명에서 “가라앉은 기업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홍콩 정부의 확고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시위대에 대해서도 폭력 행위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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