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최근 안보를 이유로 무역 규제를 많이 쓰는 나라가 미국이라며 미·중 무역 마찰 중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에 대해 사실상의 금수 조치를 발동하는 등 안보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제법상에서 안보가 무역 규제 이유로 쓰일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 등 일련의 조치에 한국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양국 간 협의가 결렬되면 재판 중 1심에 해당하는 분쟁처리 소위원회(패널)로 가게 된다. 일본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규정 제21조(안보상 예외조치)를 근거로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는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등이 지난해 이를 WTO에 제소했다. 이런 무역 규제 뒤에는 보호주의나 경제적 압력으로 정치적 목표를 이루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동안 안보는 국가주권의 으뜸으로 WTO에서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해석이 존재했다. 그러나 올해 WTO 패널이 처음으로 21조에 대해 내린 판단이 그 주장을 무너뜨렸다. 해당 사안은 2014년 우크라이나와의 분쟁 중 러시아가 수출품 통과 노선을 제한한 건이었다. 러시아가 결국 승소했지만 패널은 “21조 안보 예외 적용이 회원국에 무제한의 재량권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WTO는 수출 관리 운용 재검토에 대해 각국의 독자적인 판단에 맡기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 수출 관리 미비를 지적해왔지만 한국 측이 응하지 않아 제대로 협의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본 소피아대학의 가와세 쓰요시 교수는 “수출 관리와 관련한 부적절한 사안이 안보상의 이익을 위협한다는 내용을 일본이 입증한다면 제21조에 따른 조치 여부인지를 패널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널에서 결판이 나지 않으면 안건이 상소기구로 올라간다. 그러나 상소기구는 미국이 위원 결원 보충을 저지하고 있어서 현재 실질적인 기능 정지 사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에 WTO 분쟁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