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 줄게 밥솥 다오’, 밥솥을 저격한 CJ제일제당의 캠페인에 밥솥 업체들은 “잘 지은 밥에 대한 수요는 건재하다”고 맞섰다.
지난달 31일 CJ제일제당은 밥솥을 가져오면 선착순으로 햇반 1년 치를 증정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달 11일까지 주말마다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사전 고지된 날 햇반 밥솥 교환 행사장으로 밥솥을 가져오면 당일 선착순 15명에게 햇반 1년 치를 증정한다. 햇반-밥솥 교환 트럭은 서울 시내를 순회하며 햇반이 집밥을 대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빨간색 트럭 외관에는 ‘어느새 밥 하지 않는 집이 늘어갑니다’ 등 광고 문구가 나붙어 있다.
6일 밥솥 업계는 햇반의 이 같은 반(反) 밥솥 마케팅에 대해 겉으로는 “예의주시는 하되 타격을 입는다고 보진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탐탁치 않다는 입장이다. 제대로 만든 밥에 대한 수요는 쉽게 줄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포함돼 있다.
국내 밥솥 시장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쿠쿠는 “밥솥 라인업을 다각화해 고객들의 변함없는 지지를 받으며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므로 이번 밥솥 교환 이벤트로 인한 영향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햇반과 직접 지은 밥에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며 “정성 들여 조리한 밥은 가공된 인스턴트 음식과 질적인 면에서 비교할 수 없으며, 최근 워라밸 (work-life balanceㆍ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확산해 집밥 수요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쿠쿠는 다만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등 추세에 맞춰 소형 밥솥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쿠쿠의 프리미엄 밥솥 중 6인용 이하 소형 제품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9.2% 증가한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동시에 쿠쿠가 기술력을 집약했다고 자신하는 트윈프레셔 6인용 제품은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19.2% 증가해 매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쿠쿠와 함께 국내 양대 밥솥 업체로 꼽히는 쿠첸도 햇반 이벤트에 따른 영향을 우려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변화하는 트렌드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1일 냉동 밥에 특화된 기능을 갖춘 소형 IH압력밥솥을 출시한 것도 즉석밥을 선호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쿠첸 관계자는 “나만의 즉석밥을 만들어 갓 지은 밥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IH압력밥솥에서는 가장 작은 크기로 1~2인 가구에 인기를 끌 것”이라고 부연했다.
압력밥솥으로 유명한 PN풍년은 이번 햇반의 이벤트가 가정간편식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PN풍년 관계자는 “간편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조리 과정을 줄이는 쿡웨어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여전히 집밥, 조리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소비자를 타겟으로 한 제품 개발도 노력하고 있다” 말했다.
햇반이 실시한 ‘햇반 밥솥교환 캠페인’에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는 2일 “밥솥 수거 경품행사를 중단하라”고 성명을 냈다. 협회는 CJ제일제당의 캠페인이 조리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며 조리의 중심인 밥솥을 없애 식생활을 가공식품, 편의식품, 패스트식품에 의존케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