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에 사는 양 모 씨(30)는 8월 여름 휴가를 다녀와서 휴가 전 주문했던 택배를 찾으러 소화전을 열었다.
하지만 소화전에는 주문한 택배가 없었다.
양 씨는 택배 기사에게 전화해 물었지만 소화전에 넣어뒀다며 책임을 피할 뿐이었다.
양 씨는 택배 주문을 할 때 ‘부재 시 소화전에 보관해주세요’로 요구사항을 메모해 둔 상황이었다.
이 경우 양 씨는 분실된 택배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최근 온라인, 홈쇼핑 등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택배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택배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 원을 넘어 올해 6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택배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분실되는 택배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1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 해 소비자원에 등록되는 택배 분실 관련 민원 건수가 1만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실된 택배에 대해 소비자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배송 장소를 택배기사가 임의로 정했다면 보상받을 수 있다.
택배는 원칙적으로 고객에게 직접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택배기사가 배송할 때 소비자가 없다면 전화를 하거나 다시 방문해야 한다.
고객의 요청 없이 소화전이나 문 앞처럼 임의의 장소에 택배를 둔 후 분실됐다면 그 책임은 택배기사에 있다.
이 경우 소비자는 14일 이내에 택배회사에 상황을 설명해야 보상받을 수 있다.
택배표준약관 23조에 따르면 14일 이내에 택배회사에 분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면 택배회사의 손해 책임 배상은 사라진다.
만약 택배사로부터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소비자 상담센터 1372에 전화해 피해구제와 관련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택배기사가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에 배송을 완료했는데도 물건이 없어졌다면 보상을 받기 어렵다.
택배기사는 배송 전에 소비자가 ‘문 앞 혹은 소화전’에 놓으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택배기사와 소비자가 상호 협의가 된 경우에는 소비자가 전적으로 분실 책임을 져야 한다.
양 씨의 경우 본인이 소화전에 배송받기를 원했기 때문에 분실의 책임은 양 씨에게 있다.
결국 보상을 받기 힘들다.
이렇게 분실 사고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거나 무인보관함을 사용해 분실을 예방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택배 수령 부재가 빈번해지고 그만큼 분실 사고도 증가함에 따른 조치다.
집 근처 편의점 주소를 수령지로 입력하거나 무인 택배함에 보관하기를 요청하면 분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의 경우 직접 무인 택배함 설치에 나서 소비자 택배 분실의 위험과 불편함을 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