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자 마련됐던 ‘볼커룰’ 개정 방안을 승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월가가 승리를 거두게 됐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독청(OCC)은 20일(현지시간) 볼커룰 변경안을 승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새 개정안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다른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볼커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만들어졌다. 금융위기 이전에 일부 은행 트레이딩 데스크가 고위험 거래에 은행 자기자본을 사용하는 등 마치 헤지펀드처럼 행동해 위기를 더 키웠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이에 은행이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으로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볼커룰이 제정돼 2010년 성립된 미국 금융규제 개혁법안인 도드-프랭크법에 포함됐다.
그러나 월가는 볼커룰 규칙이 너무 복잡하고 불분명해 준수하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정권도 ‘볼커룰 2.0’으로 알려진 이번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금융규제 완화에 나섰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은행이 고객들을 위해 거래하는 ‘시장 조성’과 관련해 감독당국이 계량적인 기준을 제시해 은행들이 볼커룰 위반 여부를 일일이 분석하는 수고를 덜게 됐다.
트레이딩 자산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 미만인 소규모 은행들은 당국이 볼커룰을 준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100억 달러 이상인 대형은행들에는 가장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다.
그러나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은행들은 60일 이내 보유한 단기 자산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당국에 입증할 필요가 없어졌다.
미국 은행산업을 대표하는 금융서비스포럼의 케빈 프로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이번 개정안은 볼커롤이 처음 시행됐을 때 너무 복잡해 궁극적으로 예금자와 투자자들에 대한 은행의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한다는 초당파적인 우려를 해소했다”고 환영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최근 수년간 은행산업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트레이딩 부문이 크게 위축된 상태여서 개정이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볼커롤 개정을 적극적으로 로비해왔던 골드만삭스조차도 트레이딩 비중을 줄이고 상업은행 부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애플이 공동 개발한 신용카드 ‘애플카드’가 이날 미국에서 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