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나 행동이 거칠고 볼썽사나울 때 흔히 ‘추잡하다’고 한다. 한자 표기는 ‘麤雜’과 ‘醜雜’ 두 종류가 있다. ‘섞일 잡(雜)’이라고 훈독하는 ‘잡(雜)’의 본글자는 ‘襍’이다. 언제부터인가 이체자인 ‘雜’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오히려 ‘雜’을 정자로 인식하게 되었다. ‘잡(襍)’은 ‘옷 의(衣=衤)’와 ‘모일 집(集)’이 합쳐진 글자인데 ‘모일 집(集)’은 ‘나무(木)’ 위에 ‘새(隹:새 추)’가 모여 있는 형상을 나타낸 글자이다. 그러므로 ‘잡(襍)’은 여러 종류의 ‘옷(衤)’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集)’ 상태를 표현한 글자이다. 옛날에 옷은 곧 신분을 나타냈다. 여러 종류의 ‘옷(衤)’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集)’는 것은 곧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섞일 잡(襍=雜)’이라고 훈독하게 되었다.
‘거칠 추’라고 훈독하는 ‘麤’는 사슴(鹿:사슴 록) 세 마리가 섞여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세 마리는 실지로 세 마리라는 뜻이 아니라 ‘많은 수’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추잡(麤雜)’은 많은 사슴들이 뒤섞여 있는 상태를 뜻하는데 야생의 사슴들이 뒤섞여 있으면 행동이 거칠고 먼지도 일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추잡(麤雜)은 “거칠고 막되어 정제된 느낌이 없다”는 뜻이다. 또 하나의 추잡(醜雜)에 쓰는 ‘추(醜:추할 추)’는 ‘유(酉)+귀(鬼)’의 구조인데 ‘유(酉)’는 술을 담는 그릇을 형상화한 글자로서 나중에 만들어진 ‘술 주(酒)’와 같은 글자이다. ‘귀(鬼)’는 도깨비나 귀신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그러므로 ‘추(醜:추할 추)’는 ‘술에 취한 도깨비나 귀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잖아도 볼썽사나운 도깨비나 귀신이 술까지 취했으니 더 볼썽사납다. 추잡(醜雜)은 “술에 취한 도깨비마냥 말이나 행동이 지저분하고 잡스럽다”는 뜻이다. 麤雜한 말이나 행동이 ‘醜雜’한 꼬락서니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