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이 9월부터 부과할 대중 추가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약 75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에 5~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국은 즉각 반응했다. 2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월부터 현행 25%에서 30%로 인상한다고 반격한 것. 여기에 9월부터 부과 예정인 4차 관세율도 10%에서 1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무역전쟁이 단순히 ‘관세 부과’ 위주였다면, 이제는 ‘관세율’로 세분된 셈이다.
23일 미국 증시에서는 주요 지수가 일제히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623.34포인트(2.37%) 떨어진 2만5628.90에 거래를 마쳤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59%, 3.00% 주저앉았다. 미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과 무역전쟁 심화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23일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잭슨홀 심포지엄 강연에서 “우리는 세계 경기 둔화의 증거를 더욱더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미중 갈등에 대해 “정책 대응의 참고로 할 만한 선례가 없다”고 한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코노미스트 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월부터 4차 대중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최대 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고 전했다. 이대로라면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은 6%에도 못 미쳐 1990년 이후 최저로 가라앉게 된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도 심각하다.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의 2분기 GDP는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며 유럽 경제 전반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 3위 경제국인 일본도 내수는 견조하지만 수출 침체가 경기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TD증권USA의 프리야 미스라 글로벌 금리 전략 책임자는 “미 금융당국이 위험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며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도 완화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